▲ 선발 전향 첫 해에 10승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클레이 홈즈
▲ 선발 전향 첫 해에 10승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클레이 홈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와 2년째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2)은 오프시즌 ‘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훈련을 했다. 비시즌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좋은 훈련 파트너의 존재는 네일의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네일과 같이 훈련을 한 친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로 이적한 클레이 홈즈(32)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였던 두 선수는 같은 훈련 시설에서 다음 시즌 준비를 이어 갔다. 네일도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꿈을 위해 더 발전해야 했고, 홈즈는 새로운 팀에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역시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서로 조언을 하며 구종을 배우기도 했다. 네일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킥 체인지업을 배워 연습에 매진했다. 네일은 주무기인 스위퍼 외에 타자들을 상대할 하나의 변화구가 더 필요했고, 기존 체인지업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킥 체인지업을 홈즈와 같이 연구했다. 홈즈 또한 2023년까지는 던지지 않다 2024년부터 실험하기 시작한 스위퍼의 감각을 많이 물었다. 

홈즈도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2018년 피츠버그에서 데뷔한 홈즈는 2021년 트레이드로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랜 기간 꾸준히 실적을 낸 투수는 아니었지만 양키스는 홈즈의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봤고, 이는 양키스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남았다. 홈즈는 이적 후 대활약을 펼치기 시작하더니 2022년 62경기에서 20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 오프시즌 네일과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연구한 홈즈는 두 구종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 오프시즌 네일과 스위퍼와 체인지업을 연구한 홈즈는 두 구종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양키스라는 거대 명문 팀의 마무리로 자리잡은 뒤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다. 2023년에는 24세이브, 2024년에는 30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경기 내용이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홈즈에게 마무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2점대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도 3.14까지 올랐고 피안타율과 볼넷 비율도 같이 뛰었다. 

결국 양키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홈즈와 계약을 포기했다. 마무리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경기력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홈즈로서는 내심 섭섭한 일이었다. FA 시장에서 아주 큰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그때 뉴욕 메츠가 손을 내밀었다. 2년간 2600만 달러를 보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메츠는 홈즈를 마무리 투수가 아닌, ‘선발 투수’로 쓰길 원했다.

홈즈의 마지막 선발 경험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4경기가 고작이었다. 누구도 홈즈를 선발로 생각하지 않았다. 홈즈로서는 나름대로 인생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네일도 감탄할 정도로 비시즌 훈련이 열정적이었던 이유였다. 그런 홈즈는 올해 선발로도 준수한 성적으로 경력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메츠의 FA 계약도 성공적으로 귀결되고 있다.

▲ 올 시즌 뉴욕 메츠의 최고 영입 중 하나로 평가되는 클레이 홈즈
▲ 올 시즌 뉴욕 메츠의 최고 영입 중 하나로 평가되는 클레이 홈즈

홈즈는 18일(한국시간) 시애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9승을 거둔 뒤 세 차례나 10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홈즈는 기어이 10승 고지를 밟으면서 개인 경력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었다. 계속 불펜에서 뛰던 선수가 선발 전환 첫 해에 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3.64)를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메츠의 도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홈즈는 불펜에서 뛰던 시절 시속 96~97마일(154.5㎞~156.1㎞)에 이르는 싱커를 주무기로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던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로 뛰는 만큼 다양한 변화구가 필요했다. 네일과 같이 연구한 체인지업과 스위퍼가 효자 몫을 톡톡히 했다. 선발로 뛰어 싱커 평균 구속은 93.7마일(150.8㎞)까지 떨어졌지만 스위퍼(19.2%)가 어느덧 제1변화구가 됐고 지난해까지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15%)을 많이 던지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메츠는 올 시즌 선발 투수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선발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홈즈가 10승 투수가 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반면 양키스는 올해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에 고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함께 운동을 한 네일도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친구가 손을 잡고 성공 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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