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오현규(23, 헹크)가 '독일행 무산' 아픔을 털어냈다.
유럽 축구계에서 '지옥의 원정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극적인 선제 결승포로 분데스리가급 공격 재능임을 선명히 어필했다.
오현규는 2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룩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레인저스(스코틀랜드)와 원정 1차전에서 후반 10분 0의 균형을 깨는 결승골로 팀 1-0 승리에 일조했다.
헹크와 레인저스 맞대결은 팽팽한 긴장 속에 시작됐다.
헹크는 전반 초반 레인저스 중앙 미드필더 모하메드 디오망데가 깊은 태클로 퇴장해 수적 우세를 안았지만 그 우위를 좀체 살리지 못했다.
경기 흐름을 바꿀 기회는 전반 막판 찾아왔다. 헹크 레프트백 야이마르 메디나가 페널티킥(PK)을 얻어냈고 키커로 오현규가 나섰다.
하지만 오현규 PK는 레인저스 골키퍼 잭 버틀랜드 손끝에 걸려 골망에 미동을 가하지 못했다. 원정 팬석에 탄식이 흘렀고 오현규는 고개를 떨궜다.

그럼에도 한국인 공격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외려 더 날카롭게 상대 수비진을 파고들었다.
후반 6분 파트리크 흐로쇼프스키의 정교한 크로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타이밍이 어긋나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현규는 집요했다. 7전 8기 자세로 끊임없이 레인저스 골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후반 10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역습 기회에서 잔 스튜커스 스루 패스를 받은 오현규는 빠른 드리블로 수비수를 벗겨낸 뒤 왼발로 강하게 차 올렸다. 공은 그대로 레인저스 골문을 갈랐다.
일순 아이브록스 스타이움 함성은 멎었고 오현규는 상의를 벗어 던지며 환호했다.
경고를 감수한 세리머니였지만 그만큼 간절히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이 골은 단순한 결승골이 아니었다. 오현규는 지난해 7월까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었다.
피치 안팎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던 최대 라이벌이 바로 레인저스였다. 올드 펌 더비로 불리는 셀틱과 레인저스 앙숙 관계는 전 세계 축구팬에게 각인돼 있다.
글래스고를 떠난 지 14개월 만에 셀틱 유니폼 대신 헹크 공격수로 돌아온 오현규가 레인저스를 상대로 다시 골을 터뜨린 것이다.
실리와 '임팩트' 모두 더할 나위 없는 영양가 만점의 득점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오현규 왼발을 주목했다.
26일 "전 셀틱 공격수 오현규가 레인저스를 괴롭혔다. 그의 골은 레인저스 고통을 더 크게 심화시켰다”며 이날 선제 결승골에 담긴 의미를 조명했다.
헹크는 이후에도 레인저스 반격을 잘 막아냈고 결국 경기는 1-0으로 끝났다.
2021-2022시즌 이후 4년 만에 UEL 무대에 복귀한 헹크는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3을 손에 쥐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축구 통계 전문 풋몹에 따르면 오현규는 이날 81분을 소화해 총 7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기대득점(xG)은 무려 2.78에 달했다.
2차례 빅찬스를 놓쳤음에도 끝내 득점을 완성한 장면은 스트라이커로서 본능과 캐릭터를 두루 보여줬다는 평이다.

올 시즌 공식전 3호골이자 유럽대항전에서의 결승골은 오현규 개인 커리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을 눈앞에 두고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지만 협상이 최종 무산돼 큰 아픔을 겪었다.
그 후 벨기에 주필러 리그에서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9월 A매치 연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골을 넣어 반등 불씨를 지폈지만 소속팀에 돌아와선 다시 3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오현규가 UEL 본선 첫 경기에서 침묵을 깨고 골망을 출렁였다.
승점 3 확보를 공헌한 것을 넘어 골게터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팀 내 입지를 재차 확고히 다진 순간이었다.
오현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반은 (PK를 실축해) 너무 힘들었다. 하나 득점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공격수로서 그것(득점)이 내 역할이기 때문"이라며 나와 주변을 향한 고른 믿음을 강조했다.
답답했던 무득점의 시간과 무산된 이적 충격, PK 실축 실망감까지 모든 감정이 이번 골로 씻겨 내려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오현규는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아는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실축 악몽을 단숨에 덮어버린 결승포는 그가 ‘난 놈’임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득점이다. 슈투트가르트행 무산으로 잠시 멈칫한 그의 커리어는 이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또 한 명의 태극전사가 만들어가는 유럽 성공 서사를 뜨겁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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