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훈훈한 이야기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새 역사가 쓰였다. 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칼 랄리가 단일시즌 '60홈런'을 완성한 것. 당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2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한 랄리는 시즌 59호, 60호 홈런을 모두 때려냈다. 5타수 3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을 선보였다. 스위치 히터인 그는 1회 좌타자로 우월 솔로포를 터트렸고, 8회에도 좌타석에서 우월 솔로 홈런을 생산했다.
'포수'의 단일시즌 '60홈런'은 100년이 훨씬 넘는 ML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대기록이다. 전체 포지션 선수로 확대해도 60홈런은 단 7명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랄리는 스위치 히터로서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작성했고, 올해 멀티 홈런 경기 11차례로 ML 타이기록을 이뤘다. 아메리칸리그(AL) 최다 홈런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62홈런을 쏘아 올린 바 있다.
랄리의 역사적인 60번째 홈런 공은 어떻게 됐을까.

야구 팬인 글렌 무티-드리스콜은 25일 랄리가 60호 홈런을 날렸을 때, 그 공을 손에 넣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그는 약 15초 동안 기뻐한 뒤 그 값진 홈런 공을 근처에 있던 어린아이에게 기꺼이 건넸다. 한국 야구계의 '아주라'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홈런이나 파울볼을 잡았을 때 아이에게 주라는 의미의 단어로 부산 사투리에서 유래했다.
MLB.com은 26일 "곧바로 보여준 본능 덕에, 무티-드리스콜은 T-모바일 파크의 관중과 랄리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됐다"고 보도했다.
무티-드리스콜은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모든 상황이 너무 빨리 진행됐고, (공을 잡은 뒤) 그 자리에 서서 아이를 쳐다보며 그 아이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시애틀 구단 홍보팀은 당일 무티-드리스콜이 60호 홈런 공을 양보한 어린아이에게 재빨리 찾아가 다른 기념품과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곧바로 기념구를 회수할 수 있었다.

MLB.com은 "이 공은 꽤 비싼 값에 팔렸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저지가 친 62호 홈런은 AL 신기록을 세웠는데, 경매에서 150만 달러(약 21억원)에 낙찰됐다. 랄리의 60홈런 공은 그 정도 가격에 팔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며 "하지만 무티-드리스콜은 역사가 이뤄진 그 순간 유일하게 그 공을 양보하는 것만 생각했다. 아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랄리의 역사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찍고 있었고, 이 이야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덕분에 시애틀은 바로 다음 날인 26일 무티-드리스콜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구단은 이날 콜로라도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그와 그의 가족을 야구장에 초대해 랄리와 만나게끔 했다"고 밝혔다.
랄리는 무티-드리스콜에게 자신의 사인과 메시지가 담긴 배트를 선물했다. 무티-드리스콜의 두 자녀에게는 두 개의 야구공에 사인을 해줬다. 약 5분간 대화를 나누고, 홈 더그아웃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MLB.com은 "무티-드리스콜의 아내인 캐서린도 함께했다. 가족들이 제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줬다"며 "최근 학교가 개학해 첫째 자녀인 에단은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다. 둘째는 축구 연습이 있었다. 하지만 AL MVP 후보와 직접 만난 것이면 충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실 홈런 공을 잡은 그날 무티-드리스콜과 함께 온 이들은 가족이 아닌 동료들이었다. 회사 일정을 맞춰 약 일주일 전 우익수 방면 관중석에 단체 좌석을 구매했다. 시애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을 것이라 예상하고 한 것이었는데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시애틀은 25일 랄리의 맹활약에 힘입어 9-2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89승69패를 기록,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AL 서부지구 1위를 확정했다. 시애틀의 지구 우승은 스즈키 이치로가 데뷔 시즌을 보냈던 2001년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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