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성이 10일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결승 득점을 올리고 있다
▲ 김혜성이 10일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결승 득점을 올리고 있다
▲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결승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팀에 공헌한 김혜성
▲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결승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팀에 공헌한 김혜성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김혜성(26·LA 다저스)은 정규시즌 몇몇 악재를 딛고 자신이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합류한 것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김혜성은 벤치만 지켰다. 김혜성을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주전 투입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김혜성의 장점이자 이번 포스트시즌 임무인 대주자·대수비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시내티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 합류했으나 팀이 두 경기 모두 비교적 넉넉한 승리를 거둔 탓에 마땅히 들어갈 타이밍이 없었다. 반드시 대주자가 필요한 상황이 마땅치 않았고, 대수비 요원도 비교적 넉넉한 다저스였다.

그런 김혜성은 필라델피아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도 당당히 합류했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맥스 먼시와 토미 에드먼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을 들어 김혜성이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혜성의 포스트시즌 데뷔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넉넉한 경기에서는 또 그 이유로, 빡빡한 경기에서는 또 그 나름의 이유로 김혜성 투입을 망설인 로버츠 감독이었다.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 원정 1·2차전에서 모두 이겼지만 점수 차가 크지 않아 다저스로서는 김혜성을 투입하길 꺼렸다. 3차전에서는 경기가 뒤집힌 가운데 역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혜성은 포스트시즌 5경기 연속 출전을 못했고, 다저스 야수 중 벤치만 달군 유일한 선수였다. 나머지 백업 선수들은 그래도 한 번씩 그라운드를 밟기라도 했다.

▲ 마땅한 출전 타이밍이 없어 5경기 연속 벤치행이라는 침울한 결과를 맞이했던 김혜성은 첫 포스트시즌 출전에서 짜릿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 마땅한 출전 타이밍이 없어 5경기 연속 벤치행이라는 침울한 결과를 맞이했던 김혜성은 첫 포스트시즌 출전에서 짜릿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쯤되자 로버츠 감독의 최근 인터뷰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은 시리즈 초반 백업 선수들의 기용 방안, 특히 미겔 로하스가 햄스트링에 불편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김혜성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분명히 김혜성이 내야에서 뛰는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성의 주전 내야수 투입도 가능하다는 뉘앙스였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로스터에 들어올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면서 “때가 되면 김혜성을 활용할 것”이라며 완전히 전력 외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 때가 언제냐가 문제였는데, 10일(한국시간) ‘그 시간’이 왔다. 김혜성이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끝내기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다저스는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2-1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양팀 투수들의 숨막히는 투수전이 이어진 가운데, 다저스가 마지막에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국 필라델피아라는 만만치 않은 산을 넘었다.

▲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때가 되면 김혜성을 쓰겠다고 했고, 10일 경기에서는 그 타이밍을 잘 잡았다
▲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때가 되면 김혜성을 쓰겠다고 했고, 10일 경기에서는 그 타이밍을 잘 잡았다

탈락 위기에 몰린 필라델피아도 말 그대로 사력을 다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크리스토퍼 산체스를 선발로 끌어 쓴 필라델피아는 경기가 동점으로 흐르자 마지막에는 2차전 선발이었던 헤수스 러사르도까지 불펜으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버텼다. 1·2차전 선발로 나서 다저스를 상대로 잘 던졌던 두 선수의 호투 속에 다저스도 점수를 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1로 맞선 연장 11회 1사 후 토미 에드먼이 좌전 안타를 치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매 경기 막판마다 에드먼의 출루에 대비한 대주자로 대기하고 있었던 김혜성이 드디어 출전 타이밍을 잡는 순간이었고, 로버츠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김혜성이 대주자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출전의 감격을 안았다.

다저스는 윌 스미스가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사 후 맥스 먼시가 중전 안타를 때렸다. 2사 후 스타트가 좋았던 김혜성이 안전하게 3루까지 들어갔다. 여기서 필라델피아는 우완 오리온 커커링으로 투수를 바꿨고, 맥스 먼시가 상대 방해로 2루로 진루하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볼넷으로 거두고 앤디 파헤스와 승부를 선택했다.

▲ 인상적인 주력을 보여준 김혜성은 챔피언십시리즈 로스터 합류 가능성도 높였다
▲ 인상적인 주력을 보여준 김혜성은 챔피언십시리즈 로스터 합류 가능성도 높였다

앤디 파헤스가 투수 앞 땅볼을 치며 이닝이 그대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커커링이 한 번에 잡지 못했다. 다만 공이 바로 앞에 튀었다. 침착하게 잡으면 됐다. 포수 리얼무토는 1루를 가리켰다. 실제 커커링이 공을 잡아 바로 1루로 던졌다면 승부가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커커링이 더 가까운 홈으로 공을 던졌고, 리얼무토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공이 새 악송구가 됐다. 그 사이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커커링은 3루에 걸음이 빠른 김혜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김혜성의 주루는 역시 좋았다. 2사 만루 상황이라 맞는 순간 바로 자동 스타트였던 김혜성은 커커링이 공을 던질 때 이미 서서 홈을 밟고 있었다. 그래서 리얼무토는 1루를 향해 던지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커커링의 머릿속은 이미 멘붕이었고, 이미 거의 다 들어온 김혜성의 홈을 향해 던지려다 실책까지 범했다. 김혜성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다시 홈을 밟으며 확인 사살까지 했다.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인상은 추후 로버츠 감독의 김혜성 기용에도 더 탄력을 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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