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타자와 약물 복용자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는 매니 라미레스
▲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타자와 약물 복용자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는 매니 라미레스
▲ 라미레스는 올스타에만 12번에 선정되는 등 현역 시절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하나였지만, 두 차례의 약물 복용 전과는 그의 모든 경력을 망쳤다
▲ 라미레스는 올스타에만 12번에 선정되는 등 현역 시절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하나였지만, 두 차례의 약물 복용 전과는 그의 모든 경력을 망쳤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은 존 헤이먼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나의 흥미로운 소식을 알렸다. 전직 메이저리그 레전드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었다.

헤이먼은 SNS에 이 레전드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코치로 활약하고 싶다는 의사르르 30개 구단 모두에게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레전드의 에이전트인 헥터 세페다는 헤이먼에게 “그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젊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고 고객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름만 들어도 메이저리그 팬들은 모두 알 만한 레전드다. 바로 메이저리그 통산 555홈런을 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당대의 강타자 매니 라미레스(53)가 애타게 구직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라미레스는 현역 은퇴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과 관련된 일을 한 지가 꽤 오래 됐다. 근래에는 제도권에서 벗어나 살았다. 다만 유소년 인스트럭터 등을 맡는 등 야구와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명선수가 명지도자가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라미레스의 경력은 분명 화려하고 구미에 당길 수 있다. 1993년, 만 21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천재 타자 출신으로 경력 내내 화려한 스타로 팬들의 머릿속에 남았다. 클리블랜드, 보스턴 등을 거치며 전성기를 보냈고 메이저리그 통산 2302경기에서 타율 0.312, 출루율 0.411, 555홈런, 1831타점, 2574안타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다.

▲ 라미레스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불명예스럽게 떠난 뒤 꾸준히 복귀를 타진했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라미레스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불명예스럽게 떠난 뒤 꾸준히 복귀를 타진했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2008년까지 보스턴에서 뛰었고, 그 기간 맹활약하며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를 깨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경력은 2011년이고, 이후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거나 혹은 일본 독립리그, 대만 리그에서도 뛰는 등 현역을 상당히 오래 지속한 선수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경력, 그리고 올스타에만 12번이나 선정되는 등 팬들의 사랑을 받은 레전드가 ‘코치 물망’조차 못 오르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라미레스는 현역 시절 금지약물 복용이 대놓고 드러난 스타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진행하는 도핑검사에서 두 번을 걸렸다. 동시대 약물을 했던 다른 슈퍼스타들은 현역 시절에는 적발되지 않았으나 추후 조사를 통해 밝혀지거나, 압박을 받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고백을 한 경우들이 있었다. 그러나 라미레스는 말 그대로 ‘빼박’이었다.

라미레스는 2009년 처음으로 약물 복용이 적발돼 당시 기준에 따라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11년 다시 약물 검사에 적발됐다. 100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라미레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 라미레스는 지도자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팬들은 그를 과거의 추억으로 덮어두고 싶어 한다
▲ 라미레스는 지도자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팬들은 그를 과거의 추억으로 덮어두고 싶어 한다

555홈런, 2574안타, 1831타점이라는 경력 자체만 놓고 보면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라미레스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헌액 기준치인 75%에는 근처도 못 갔다. 50%가 나온 적도 없다.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해는 피투표권 마지막 해인 2025년으로 34.3%였다. 약물 복용에 대한 투표 인단의 싸늘한 시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였고,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고 해도 약물 복용 스타를 젊은 선수들에게 붙여 놓는 미친 구단은 없다. 라미레스가 오랜 기간 구직에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약물 복용 외에도 가정 폭력으로 입건된 경력도 있다. 이 두 가지는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들이다. 구단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여론도 비판적이다. 한 팬은 헤이먼의 트위터에 단 댓글에서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인가?”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아마도 이 이미지 때문에 평생 메이저리그 레벨이나 메이저리그 구단 산하에서 타격 코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팬들에게 큰 추억을 선사했던 선수지만 잘못된 것에 손을 댄 선수의 말로는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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