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야구선수가 등장하는 '소통앱'이 논란이 됐다. '위버스'나 '버블' 같이 아이돌 등 연예인들이 참여해 팬들과 직접 대화하는 서비스를 야구에 접목한다는 시도인데 이른바 '돌판 문화(아이돌 팬덤 문화)'가 야구계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혹은 여성 팬덤의 소비력에 기대는 분별없는 상술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알고보니 이 플랫폼의 대표가 '과점 논란'의 중심에 있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또 KBO나 선수협회, 심지어 소속 구단과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결국 이 플랫폼은 기존 결제 회원들에게 환불을 약속한 상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선수를 활용하는 수익 사업을 구단이나 KBO, 선수협회와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다는 점부터 충격적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 행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사업이라는 점 또한 놀랍다. 스토브리그만 되면 주인공이 되는 한국 최고의 에이전시가 콘텐츠 사업에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스포츠 직관 문화'가 번창하면서 KBO리그는 1000만 관중,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했다. 그 배경에는 젊은 여성 팬들의 증가라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KBO가 이점에 주목해 따로 분석 결과를 내놨을 정도다. 이들 젊은 여성 팬들은 야구장 직관 외의 소비에도 적극적이라 프로야구 구단들도 관련 상품 발매를 점차 늘리는 동시에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신경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젊은 여성 팬들이 기존의 응원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선입견 또한 존재한다. '돌판 문화'로 표현되는 문화 충돌 현상이다. 최근 불거진 '소통앱' 논란도 이러한 인식과 영향이 있다.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먼저 '돌판 문화'가 눈엣가시였던 이들에게는 아이돌 팬들이나 소비할 법한 서비스를 야구에 가져온 플랫폼으로 여겨졌다. 

그렇다고 젊은 여성 팬들의 환영을 받은 것도 아니다. '소통앱'을 직접 소비해 본 이들만 알 수 있는 폐단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말 한마디가 오해를 사기도 하고, 실제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악플러'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료 서비스라 애정을 가진 팬들만 이용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돈을 주고 악플을 달거나, 혹은 '빗나간 팬심'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실 주류 언론에서 생각하는 '여성 팬들의 야구 문화 소비 방식'은 왜곡된 측면이 있다. 여성 팬 50여 명을 직접 인터뷰한 대학생 조훈희 씨가 쓴 독립출판물 '담장 너머'에 따르면 최근 야구에 빠진 여성 팬들이 야구를 유행으로 받아들이고 접하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도 야구 팬이 된 뒤에는 기존 야구 팬들과 동화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이용하는 SNS 플랫폼에 따라서는 더 거친 공격성을 띠기도 한다. '여성 팬들은 아이돌처럼 야구 선수를 좋아한다'는 해석은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해당 플랫폼의 홍보 방식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진짜 팬'과 '내 선수'를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다른 팬들, 그리고 해당 선수의 동료들을 타자화했다. '한국의 보라스'라 불리는 한국 최대 규모의 스포츠 에이전시지만 정작 팬들의 마음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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