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요코하마, 정형근 기자] 2003년 8월 1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와 경기를 펼쳤다. 후반 15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18살 앳된 소년을 그라운드에 투입했다. 데이비드 베컴의 등 번호 7번을 이어받은 소년은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특유의 발재간과 화려한 플레이는 볼턴 수비진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인상적 데뷔전을 치른 소년은 맨유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맨유에서 6시즌 동안 뛰며 전성기를 이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호날두는 프리메라리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지구 방위대’를 완성했다. 2008년 맨유 시절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2013년과 2014년에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존재감을 뽐냈다. 

데뷔 이후 성공적 커리어를 쌓아 온 호날두지만 최고의 한 해는 따로 있었다. 호날두는 올해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7월 모국 포르투갈을 유로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정상으로 이끌었다. 13일(한국 시간) 호날두는 압도적 점수 차이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 발롱도르에서 호날두는 745점을 얻었고 2위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319점에 그쳤다.

▲ 한때 맨유를 이끌었던 호날두.

역대 4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참가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호날두는 “꿈만 같다. 매일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NO.1으로 우뚝 선 호날두에게 ‘슈퍼 스타’라는 자만심은 없었다. 호날두는 발롱도르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숙소를 찾은 일본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일본 팬들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6시간 이상 숙소 앞에서 기다렸다. 호날두는 안전상의 이유로 팬들을 지나친 선수와 달리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버스에 오른 후에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오랜 시간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만들었다. 

호날두의 진가는 훈련장에서도 나타났다. 발롱도르를 수상했다는 들뜬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호날두는 팀 동료와 호흡을 맞추며 몸을 풀었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때는 몰입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 들었다. 훈련 태도는 어느 누구보다 진지했다. 지단이 훈련 도중 지시를 하자 호날두는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해를 도왔다. 

레알은 1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호날두는 클럽 월드컵 참가를 위해 발롱도르 시상식에 불참했다. 영광스런 자리보다 팀의 우승을 중시한 호날두는 유럽 최고 구단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에 나섰다. 호날두가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세계 NO.1에 올라선 호날두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영상] 맨유의 18살 소년, 세계 NO.1 선수로 성장하다 ⓒ요코하마, 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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