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에서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구자욱과 더그아웃에서 만났다. ⓒ 울산, 박성윤 기자
[스포티비뉴스=울산, 박성윤 기자] "삼진이 많아도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변화를 준비했다. 2015년 1군 데뷔부터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콘택트 유형 타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타격 때 하체 움직임을 줄이고 타구를 쫓는 스윙을 버렸다. 말뚝을 박듯 타석에 다리를 고정하고 자기 스윙으로 자기가 설정한 존에 들어온 공을 라인드라이브 또는 그 이상으로 높게 치는 스윙을 하는 타자가 올 시즌 구자욱이다.

19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구자욱은 0-0 동점인 6회초 팀에 선취점을 안기는 귀중한 중월 2점 아치를 그렸다. 문수야구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125m짜리 큰 홈런. 이 홈런으로 구자욱은 대선배 이승엽과 시즌 홈런 수 보조를 맞췄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 삼성은 이승엽 뒤를 이을 잠재력이 있는 타자로 구자욱을 보고 있다. 시즌 16호 홈런에 의미부여를 하자면, 구자욱이 늘 뒤따르는 대선배 이승엽과 처음으로 홈런 수를 맞췄다는 것. 불혹의 타자는 2015년 26홈런, 2016년 27홈런을 쳤다. 구자욱은 2015년 데뷔 때 11홈런, 지난 시즌 14홈런을 쳤다. 지난 시즌은 허리 통증이 있어 전 경기를 뛰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승엽과 홈런 수는 차이가 컸다.

시즌 초부터 장타를 많이 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자욱은 이승엽과 홈런 수를 맞춘 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구자욱은 "홈런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승엽 선배보다 제가 경기도 많이 나갔다"며 대선배와 비교를 부끄러워했다.

후반기 두 번째 경기를 치른 가운데 시즌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 원활하게 잘 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구자욱은 "준비를 하기는 했는데…. 타격 폼도 조금씩 계속 바꾸고 있다. 쉽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만족스럽지 않은지 묻자 잠시 생각한 구자욱은 "내야안타가 줄어든 것은 만족스럽다"며 장타보다는 내야에 머문 땅볼 단타가 줄어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구자욱은 2015년 뜬공/땅볼 비율 1.11로 땅볼 1개에 뜬공 1.11개를 쳤다. 2016년에는 땅볼 1개에 뜬공 0.92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1.24로 뜬공 비율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과 2015년에 구자욱 시즌 안타에서 내야안타는 10%를 넘었다. 올 시즌은 7%다. 장타를 치기 위해 하체를 고정하고 타구 각도를 살리기 위해 스윙 궤적을 바꿨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대신 콘택트율이 줄며 삼진이 늘었다. 80% 초반대였던 지난 두 시즌 콘택트율은 77%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지난 두 시즌에 각각 17%, 13.7%를 기록한 타석당 삼진은 21.5%로 치솟았다. 구자욱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자욱은 "삼진이 많이 늘었다. 타율도 떨어졌다. 그건 어쩔 수 없다. 3번으로는 지금처럼 자기 스윙을 하면서 장타를 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1, 2번으로 나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3번으로 나가기 때문에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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