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BO 리그가 심각한 위기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 4일부터 KBO 리그가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재개되면서 흥행 플러스 요소가 많았지만 야구 갈증을 호소하며 야구장을 찾는 인파는 많지 않았다. 유례 없는 무더위에 시달렸던 지난달보다도 야구장에는 빈 곳이 많았다.
평일이었기 때문일까.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평일 경기 299경기에서 평균 관중은 8,846명이었다. 그러나 리그 재개 후 3일 동안 경기당 평균 관중은 7,132명에 불과하다. 아직 3일밖에 되지 않았고 경기 대진 등 변수들을 더 자세하게 고려해 봐야 하지만 한눈에 봐도 야구장은 날씨만큼이나 한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이 야구를 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KBO 리그 인기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팬층 유입도 쉽지 않다는 것은 계속해서 KBO가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렇게 리그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불법 도박, 음주운전, 승부 조작 때와는 또 다른 악재다. 리그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대표 팀 문제이다 보니 선수 한 명, 구단 하나가 아니라 리그가 팬들의 신뢰와 신망을 잃고 인기마저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작은 오지환, 박해민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발탁이었다. 두 선수가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24인 안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갑론을박이 있을 법한데다 병역 기피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민 정서는 싸늘하게 식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왜 대표 팀에 뽑혀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실제 대회에서 오지환과 박해민의 출장 빈도가 높지 않자 이들의 선발 과정부터 금메달 기여도까지 모든 것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야구 대표 팀은 금메달을 따고도 축구 대표 팀과 달리 축하 받지 못하고 결국 굳은 얼굴로 귀국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리그가 재개됐지만 야구 팬들의 마음은 이미 멀어진 뒤였다.
KBO는 5일 보도 자료에서 "KBO는 2018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를 준비하고 경기를 진행하면서 마칠 때까지 국민들이 보내 주신 격려와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리그 회원사들과 신속하게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깊게 논의하기 시작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의를 거쳐 향후 한국 야구의 수준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저변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KBO가 그들의 말대로 국민적 정서를 깊게 논의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여기에는 자기 팀의 군 미필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출전시키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회원사(구단)들의 책임도 있다. 그리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4년 동안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없이 두루뭉술한 말뿐이라는 지적까지 있다. 지금까지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하고 움직인 KBO와 구단들의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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