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 학생 선수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하키 코치의 재심이 29일 열린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정형근 기자] 중학생 하키 선수를 상대로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고도 '1년 자격정지' 징계에 그친 지도자에 대한 재심이 진행된다. 국정감사에서 불공정 논란이 지적된 스포츠공정위가 시험대에 오른다. 

경기도체육회는 29일 수원시 경기도체육회관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해 혐의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

여자 하키 선수들은 지도자의 폭행이 경기도 용인 소재의 한 대학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지도자는 수원 소재의 한 중학교의 코치로, 해당 대학에서는 ‘재능 기부 감독’으로 활동하며 여자 선수들을 지도했다.  

중학생 시절 A코치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피해 선수의 숫자는 상당했다. A코치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중학교) 1학년 때인데 왜 맞았는지 모르겠는데 (대학 하키장) 지하 장비실에서 밟히고 맞고, '빠따' 맞고…운동도 못 그만두게 하고, 운동이 정말 너무 하기 싫은데, 그것(폭행) 때문에 차에도 몇 번 뛰어들었다. 욕은 기본적인 욕들 X발, X 같은 년아. 남자친구 사귀다 걸리면 애 쳐 배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귓구멍이 막혔냐. 귀 드릴로 뚫어줄까. 이겨도 맞고 져도 맞았다.” (피해자 A)

“중학교 2학년 때 볼 제대로 안 막는다고 스틱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밟히다가 어깨가 빠져서 병원에 가서 어깨를 꼈다. 그때 선생님이 어깨 빠진 걸 보고 X발 야 쟤 장비 벗겨서 위에 올려놔하고 말했다.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여러 이유로 어깨가 빠졌다." (피해자 B)

“중학교 때 되게 많이 맞았다. 맞고 집에 가면 엄마, 아빠도 많이 힘들어하셨고…. 할머니가 봐도 애 몸이 이렇게 멍이 많은데 이렇게 가만히 둬도 되겠냐. 선생님 눈치라는 눈치는 다 보이고, 중학교 때 이후로 사람들 눈치를 되게 많이 본다. 그게 좀 심해졌다.” (피해자 C)

"정강이나 명치 까이는 건 대수였다. 어딜 가든 선생님 심기를 살펴야 했다. (심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곧바로 분위기는 싸해졌고 뺨을 맞았다. (때리기 위해) 시계 풀고 반지 꺼내면서 천천히 다가올 땐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순간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 돋는 기억이다." (피해자 D)

A코치에게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는 더 많다. '대학교 지하 창고'라는 폭행 장소, 때리기 전 반지와 손에 찬 시계를 푸는 특유의 행동, 폭행 방식 등이 일치를 보였다. 한 하키 관계자는 “A코치의 폭행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마어마했다. (A코치의 폭행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도 중학생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했다"고 말했다.

다만 A코치는 폭행과 폭언에 관한 내용 일체를 부인했다. A코치는 “손바닥 한 대라도 때렸다면 폭행이지만 선수들이 말한 잔인한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스포티비뉴스의 보도로 A코치의 폭행·폭언·금품 수수 등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자, 대한하키협회는 3월 스포츠공정위를 열었다. 

변호사와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한하키협회 스포츠공정위는 “하키 스틱으로 폭행해 골절 상해를 입히고,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발로 몸을 짓밟는 등의 폭행을 행사했다는 등의 피해자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금품을 수수한 점도 인정이 된다”며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피해 선수 측은 ‘솜방망이 징계’가 나왔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에서 징계 무효를 결정했다. 대한체육회는 6월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징계절차 하자에 따라 재심의가 ‘각하’(대한하키협회 징계 무효) 됐다고 피해자 측에 전달했다. 체육회는 학생 선수와 관련된 징계 건이라 심의 관할을 경기도하키협회 또는 수원시체육회(1차), 경기도체육회(2차)로 이관하여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대한하키협회가 내린 ‘자격정지 3년’ 징계는 무효 처리가 됐고, 수원시체육회가 1차 징계 심의 관할 기관이 됐다. 그러자 수원시체육회는 대한하키협회보다 더 낮은 징계를 내렸다. 수원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9월 A코치에 대해 ‘1년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했다. 

이 사건을 1년 동안 조사한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8월 “A코치의 폭행과 폭언 사실 등이 확인되며 이는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이다. A코치의 중징계 및 체육 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도록 요청한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지만, 수원시체육회(1년 자격정지)는 대한하키협회(3년 자격정지)보다 낮은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심각한 문제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징계 절차 하자’를 이유로 징계 관할을 재지정 했을 때 징계가 ‘감경’되는 일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10월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올해 대한체육회에 재심 신청이 들어온 건 중 ‘징계절차 하자’로 파악된 것이 19건이다. 19건 중 7건의 재징계가 끝났는데, 놀랍게도 7건 모두 최초 회원종목단체에서 징계한 양형보다 감형됐다. 아이스하키의 경우는 최초 영구제명을 받았던 지도자가 자격정지 3년으로 징계가 줄었다. 시‧도연맹 체육회에서 또 '제 식구 감싸기'식 썩어빠진 관행대로 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실이 파악한 19건에는 하키 A코치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1차 징계 기관인 수원시체육회가 자격정지 1년으로 감형한 상황에서 재심 기관인 경기도체육회마저 자격정지 3년 미만의 징계를 내린다면 또다시 ‘징계 절차 하자’를 이유로 한 감형 사례가 나오게 된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아무래도 연고주의가 생긴 것 같다.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과 엄격한 관리를 통해 바로잡아 나가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양형이나 관할권 문제를 명확하게 세분화해서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회원종목단체의 스포츠공정위원은 “시‧도체육회나 각 회원종목단체의 스포츠공정위가 부적절한 징계를 내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포츠공정위원을 구성할 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넣어두고 제 입맛에 맞게 징계를 내리는 단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 신고한 피해자들만 다시 2차 피해를 보게 된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중징계를 요청해도 징계를 내리는 기관은 결국 스포츠공정위다. 심한 폭행이 있어도 스포츠공정위에서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포츠 바닥은 좁다. 인맥이나 지연이 통하지 않는 상위 단체에서 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 A코치에 대한 경기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재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2019년 경남하키협회 스포츠공정위는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선수를 폭행하고, 인권침해를 저지른 B코치에 대해 ‘혐의없음’을 결정했다. 또한 경남하키협회는 올해 3월 ‘계약금 갈취와 폭력’ 논란에 휩싸인 C감독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한하키협회 스포츠공정위가 C감독을 경찰에 고발 조치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C감독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5월 경남하키협회 임원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지만 경남하키협회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상위 단체인 경남체육회 관계자는 “경남하키협회에 다시 정보공개를 요청하겠다”고 몇 차례나 말했지만 경남하키협회는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임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남 하키계 사정에 정통한 하키인은 “경남하키협회는 하키판에서 아주 유명하다. 어떤 죄를 지어도 무혐의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징계를 내리기 전부터 하키판에서는 어떤 징계가 나올지 다 소문이 퍼져있다. 경남하키협회 스포츠공정위원들을 누가 선임하겠나. 임원진이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징계를 논의하는데 제대로 된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단체를 운영하는데 회장과 전무이사 명단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나”라고 지적했다.  
 
‘스포츠공정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A코치의 재심을 담당하는 경기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A코치는 수원시체육회가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릴 당시 경기도하키협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코치의 폭행·폭언 사실을 최초로 알린 한 피해 학생은 "수원시체육회의 징계가 나오기 전 징계가 감형될 것이라는 소문이 하키장에서 들렸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번 경기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를 앞두고도 비슷한 소문이 들린다. 대한하키협회에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고,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했지만 수원시체육회에서 1년 자격정지에 그친 이유가 궁금하다. A코치를 신고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훈련도 못 하고 기숙사에서도 쫓겨났다. 그럼에도 신고를 취하하지 않고 버틴 이유는 스포츠계에서 폭행과 폭언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공정하게 다뤄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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