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과의 이별' 닮은 두산 루츠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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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지난 4일 루츠를 웨이버공시하며 “외국인 스카우트를 미국 현지로 파견해 새로운 타자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뉴욕 메츠 팜에서 일발장타력을 인정받았던 루츠는 올 시즌 두산의 주전 3루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8경기 0.111 1홈런 3타점에 그치며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대체로 국내 구단은 외국인 선수 방출을 결정하기 전 스카우트를 해외로 파견한 뒤 좋은 선수를 발견하고 구두 상으로라도 영입이 결정되었을 때 마음 놓고 공식적으로 기존 선수를 방출한다. 그러나 루츠의 웨이버공시는 아직 새 선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사실 5월 중순에서 하순까지는 새로운 선수를 발견하기는 쉬워도 계약까지 합의하기는 힘들다. 괜찮은 기량의 선수들은 3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이 아닌 이상 5월 중순까지 메이저리그 콜업에 미련을 두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 보유권을 가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KBO 구단이 감당하기 힘든 고액의 바이아웃 금액을 요구하거나 에이전트 측에서 생각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두산은 당분간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치를 것을 감수하고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퇴출 칼을 꺼냈다.
시계를 6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9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FA 홍성흔의 롯데 이적, 당시 기량이 만개하지 않았던 최준석(롯데)의 슬럼프에 대비해 김현수, 김동주(은퇴)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할 선수로 좌타자 맷 왓슨을 영입했다. 원래 두산이 점찍었던 선수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팀 3번 타자 1루수였던 테리 티피였으나 협상 과정에서 일이 틀어졌고 '꿩 대신 닭'으로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경력의 중장거리 타자 왓슨을 선택했다.
그러나 왓슨은 10경기 0.184 2홈런 6타점에 그쳤다. 그 사이 최준석이 주전 1루수로서 불방망이를 뽐내는 바람에 왓슨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왓슨이 떠난 후 두산은 한 달 가까이 경과한 뒤 SK에서 방출된 좌완 크리스 니코스키로 빈 자리를 채웠다. 왓슨의 경우는 성적도 아쉬웠으나 낯가림 없이 친화력을 보이던 좌완 후안 세데뇨와 달리 소극적인 성격 탓에 선수들과 융화도 쉽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이 앤드류 브라운(SK) 대신 선택한 루츠의 경우도 6년 전 왓슨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스프링캠프 당시 루츠를 3루수로 기용한다는 김태형 감독의 이야기 후 야구계 일각에서는 “최주환과 허경민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시즌 중 루츠가 1루수로 보직 변경을 꾀할 때는 거포 유망주 김재환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루츠를 제외한 세 명의 야수 모두 아직 풀타임 주전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으나 저마다 강점을 지닌 선수들. 루츠가 함량 미달 성적을 올릴 경우 1,3루 어느 곳으로 가도 포지션 중첩 현상은 불가피했다. 국내 선수들끼리 중복이 아닌 외국인 선수와 젊은 야수가 겹치는 현상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니다.
또한 방출이 결정된 이후 한 매체는 “루츠는 팀이 거포를 원하는 데도 '나는 중거리 타자다'라며 팀 방향과는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등 매사 소극적인 성격으로 아쉬움을 샀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10년 간 두산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는 매너와 열정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다니엘 리오스를 필두로 맷 랜들, 켈빈 히메네스, 더스틴 니퍼트, 스캇 프록터 등은 그라운드 밖에서는 철저히 매너를 갖췄으나 그라운드에 서면 열정이 대단했던 열혈남들이다.
반면 유순한 스타일에 가깝던 저스틴 레이어, 왓슨, 개릿 올슨 등은 두산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루츠의 전임자 호르헤 칸투는 비록 지난해 후반기 무홈런에 그쳤으나 활달한 성격으로 팀 적응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루츠가 왓슨처럼 일찍 짐을 꾸린 데는 부진한 성적과 부상이 기인했다. 그러나 팀이 루츠 포지션에 괜찮은 20대 야수들을 보유한 만큼 적응이라도 잘 해야 할 판에 제대로 팀에 조화되지 못한 이유가 더 컸다. 한 선수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기량도 중요하다. 그러나 얼마나 새 소속팀과 KBO리그에 잘 적응하느냐가 기량보다 우선”이라고 밝혔다.
시점이 시점인 만큼 두산이 새 외국인 타자를 찾는 데는 생각보다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루츠가 떠난 뒤 1루수 김재환은 5일 LG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위를 떨쳤고 내야수 허경민도 3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1군에 재능있는 야수들이 많은 두산이라면 2009년 왓슨 퇴출 후 최준석이 주전 1루수로 자리를 굳힌 것처럼 2015시즌 루츠의 공백도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공산이 높다.
[사진] 잭 루츠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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