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야구에서 꽃 중의 꽃을 고르라면 단연 만루에서 벼락 같이 터지는 그랜드 슬램이다.
한꺼번에 4점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팀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올 시즌 KBO 리그는 6월까지 27개의 만루 홈런이 나오며 역대급 시즌을 완성하고 있다. 지난해 총 47개, 2015년 48개, 2014년 37개가 나온 것에 비하면 올 시즌 만루 홈런은 더욱 빈번하게 터졌다.
특히 4월까지 5개의 만루 홈런이 터진 것에 비해 5월과 6월에 각각 11개씩의 만루 홈런이 나오면서 날씨가 더워질 수록 만루에서 선수들의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와중에 만루포를 치고도 웃지 못하는 팀들이 생기고 있다. 5월까지 16개의 만루 홈런이 나온 팀들은 모두 이긴 반면 6월에는 11개의 만루 홈런을 치고도 7개 팀만 웃었다.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이 4.88인 것에 비해 6월 리그 평균자책점은 5.64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단체로 고전하고 있다. 타선에서 만루 홈런이 터져도 그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뼈아픈 경기가 많아지고 있는 까닭. 특히 4번의 패배 중 3번은 5회 이전 충분히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초반에 나왔음에도 그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에서는 6월 30일 두산 에반스가 대전 한화전에서 1-2로 뒤진 3회 강승현을 상대로 그랜드 슬램을 폭발시키며 5-2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마운드가 그 뒤로 11실점하면서 팀이 8-13 패배를 당했다. 에반스는 지난해 6월 21일 잠실 kt전 이후 374일 만에 개인 2번째 만루 홈런을 치고도 웃지 못했다.
6월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10회 개인 통산 첫 홈런을 치고 패한 LG 이천웅의 아쉬움은 더 클 법하다. 이천웅은 이날 팀의 연장 혈투 속 5-5로 맞선 10회초 바뀐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짜릿한 만루 홈런을 때려냈으나 팀은 10회말 10-10 동점을 허용한 뒤 12회 10-11 끝내기 패배를 허용했다. 가장 허무한 만루 홈런이 됐다.
넥센 김하성은 6월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5-5 동점을 만든 4회 장민재를 상대로 9-5로 경기를 뒤집는 좌월 만루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팀은 10회말 이성열에게 끝내기 홈런을 내주며 12-13으로 졌다. KIA 서동욱은 6월 18일 광주 LG전에서 2-0으로 앞선 1회 크게 달아나는 만루포를 폭발시켰다. 팀은 1회에만 7점을 뽑았지만 6회부터 드라마 같이 실점하며 8-16,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다.
6월 18일부터 약 2주도 안되는 시간 동안 만루 홈런은 8개 터졌고 그중 4개 팀이 패했다. 만루 홈런을 치고도 진 날, 패배팀 마운드는 모두 두자리수 실점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7월이 되면서 날씨가 더워지면 투수들의 체력 소모는 더 커진다. 여름맞이 만루포가 팀을 구원할 무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