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신태용 스리백의 허점, 우즈벡 프레싱의 한계
작성일: 2017.09.06 07: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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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신태용호는 득점 없이 러시아행 티켓을 얻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잡아주고, 10차전에서는 이란이 시리아와 비겨줬기 때문이다.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결과가 달라졌어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2연속 무득점 무승부는 한국 축구사의 재앙으로 남았을 것이다.
한국은 이란과 9차전,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 모두 전술, 전략 측면에서 승리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삼벨 바바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후반전 체력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 외에 그가 구성한 전술 구조는 비판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한국이 골 결정력 문제로 득점하지 못한 것처럼, 우즈베키스탄에 부족했던 것도 마무리였다.
◆ 우즈벡은 한국의 스리백에 스리톱으로 대응했다
이번 대표팀의 유일한 전문 라이트백 최철순이 경고 누적 징계로 빠지면서 신태용 감독이 스리백 수비 라인을 구성하리란 것은 예상 가능한 ‘수’였다.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투톱과 원톱을 혼용하던 우즈베키스탄은, 수적 우위를 위해 전방에 세 명의 공격수를 넓게 배치한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전의 경기 구조와 다른 형태를 취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좌우 풀백 데니소프와 카시모프가 측면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전진한 것은 물론, 하이다로프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로 나선 슈쿠로프가 전방 압박 및 공격 전개 과정에서 매우 폭 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한국과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우즈베키스탄 공격은 세르게예프를 중심으로 좌측의 쇼무로도프, 우측의 제파로프가 벌리고, 그 뒤로 아흐메도프와 슈쿠로프가 자리하면서 한국은 스리백이 수비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 취했고, 정우영이 빌드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공격적으로 배치한 김민우와 고요한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았고, 손흥민 황희찬 이근호도 전반전에 공격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이 라인을 높이고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전반 12분에 김영권, 전반 26분에 고요한이 수비 지역에서 매우 위험한 패스 미스를 범했다. 우즈베키스탄 공격진의 세밀함 부족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반 36분에는 정우영이 위험한 파울을 범하며 경고를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이 흔들린 순간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곧바로 하이다로프가 보복성 파울을 범해 자신도 경고를 안고 뛰며 안정감이 떨어졌다.
하이라이트로 본다면 전반 1분 만에 스로인을 받아 시도한 황희찬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전반 30분 권창훈의 코너킥을 장현수가 문전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 전반 추가 시간에 고요한과 황희찬의 논스톱 패스 ‘돌려치기’ 이후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장면 등이 득점에 근접했으나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우즈베키스탄이 주도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전반 21분 하이다로프의 중거리슈팅으로 골대를 때렸고, 전반 32분 매끈한 패스 플레이에 이은 슈쿠로프의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장면이었다.
기성용이 없는 한국 스리백은 중원 장악력 부재로 표류했다. 신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손흥민은 상대가 실수로 그를 놓친 상황 외엔 거의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의 대표팀이 구조적으로 남긴 성취는 없었다.

◆ 예상 밖 교체가 가져온 활기, 후반전에 스스로 무너진 우즈벡
한국의 경기력이 살아난 것은 선수 교체가 단행되면서다. 전반 44분 장현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구자철이 투입됐고, 한국은 4-2-3-1 형태로 변했다. 이 변화는 곧 수비 안정으로 이어졌다. 김영권과 김민재가 두 센터백으로 서고, 그 앞에 정우영과 구자철이 투 블록으로 서면서 우즈베키스탄의 스리톱 공격에 수적 우위를 가져왔고, 김민우와 고요한의 위치도 뒤로 내려와 배후에서 공을 전개할 때 수적 우위가 확보됐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후반 경기력이 살아난 배경에는 우즈베키스탄의 급격한 체력 저하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전반전의 활동력을 후반전에 유지하지 못했다. 유지하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후반 중반을 넘어서고는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선수 교체 상황에서도 얇은 선수층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7분 만에 제파로프를 빼고 스트라이커 라시도프를 투입했는데, 중원에서 볼 소유력과 볼 배급력이 떨어졌다. 아흐메도프가 중원에서 외로워졌다. 전반전에 톱 클래스 경기력을 보이던 슈쿠로프의 활동 반경이 떨어지면서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갔다.
우측면에 있던 제파로프의 위협이 사라지자 레프트백 자리의 김민우에게 전진의 자유가 생겼다. 후반 13분 김민우가 기점 패스를 보내고 황희찬이 돌려준 공을 이근호가 이어 받아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우즈베키스탄의 후반 14분 두 번째 교체 카드 선택도 전방 공격진의 체력을 보강하고 결정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세르게예프를 빼고 게인리히를 투입했다. 게인리히는 후반 30분 문전 왼쪽을 파고 들어 결정적인 슈팅을 연결했고, 후반 36분 아흐메도프의 발 뒤꿈치 패스를 받아 또 한번 문전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 염기훈의 왼발, 김민우의 침투…가장 치명적이었던 플레이
우즈베키스탄의 라시도프, 게인리히 카드 보다 신태용 감독이 후반 18분 꺼낸 염기훈 카드가 이날 경기 최고의 교체 카드였다. 염기훈은 투입 2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문전을 직격한 날카로운 왼발 얼리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스마일로프가 간신히 걷어낼 정도로 볼이 강했는데, 리바운드 볼을 김민우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네스테로프가 가까스로 선방했다. 다시 3분 뒤에 염기훈, 김민우를 거친 패스가 황희찬의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골문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수원삼성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염기훈과 김민우의 콤비 플레이는 이란전부터 이어져온 ‘분절된’ 한국 공격에 밀도와 생기, 날카로움을 부여했다. 염기훈의 왼발에 대한 두려움이 우즈베키스탄 라인을 밀어냈고, 그렇게 생긴 공간을 김민우가 적절히 활용했다. 전방 압박이 둔화된 우즈베키스탄은 공수 간격이 벌어져 역습 시에도 힘이 떨어졌다.
신태용 감독은 이 때를 노려 결정력이 좋은 이동국을 투입했다. 후반 33분 이근호를 빼고 이동국을 넣었다. 이동국은 후반 42분 김민우의 크로스 패스를 헤딩슛으로 마무리했으나 골대를 때렸고, 후반 44분에는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네스테로프의 선방에 걸렸다. 손흥민은 흐른 볼을 잡았으나 빈 골문에 넣지 못했다. 이 기회 뒤에 우즈베키스탄에게도 결정적인 기회가 왔으나 이들의 결정력은 한국 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11월 한국 원정에서 1-2로 역전패했던 우즈베키스탄은 당시의 숙제를 이날도 해결하지 못했다. 전략적으로 전반전을 주도했으나, 후반전에 완전히 방전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한국축구를 넘고 월드컵 본선에 가기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는 무승부가 합당한 내용이었고, 시리아는 이란에 승리할 실력이 아니었다. 최종예선 10경기를 돌아보면, 한국은 A조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얻을 자격이었다.
다만, 이는 한국이 경기를 잘 준비해서라기 보다 상대한 팀들의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수준은 여전히 아시아의 상위 클래스이지만, 이 우위가 세계 무대에선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장래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전략, 전술이나 구조가 아닌 개인 능력의 차이로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경기를 보고 난 감상이 못내 찜찜한 이유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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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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