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출전하지 못한 2018년 20세 이하 축구 여자 월드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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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09년 한성여학교 학생들이 비원 옥류천 뜰에서 달리기와 뜀뛰기, 공 던지기 등을 순종과 윤 비 앞에서 했는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보수파 인사들이 “대궐 어전에서 여학도들이 불손하게도 반나체가 돼 요염과 교태를 부렸다”는 상소문을 올렸다고 한다.
여자의 걸음걸이가 자신의 발바닥 길이 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게 그 무렵 사회적 관습이었다고 하니 그런 상소를 할 만도 했다.
“시아버지 밥상을 걷어찰 일이 있냐.”
이 말은 한성여학교 일이 있고 40년여 뒤인 1940년대 후반 한국 여자 축구의 선구자 김화집 선생이 무학여중을 비롯한 서울 시내 여학교에 축구부를 만들기 위해 학부모들을 설득할 때 들은 핀잔이다.
이런 역경 속에서 여성 체육은 발전했고 한국이 세계 톱 10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를 잡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 여성 스포츠 발전 역사의 한 축인 축구는 연령대별 월드컵과 월드컵 출전이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인데 지난 5일 프랑스에서 막을 올린 2018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 한국은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 역시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에는 아시아 지역 5위 자격으로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한국은 연령대별 여자 월드컵에서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17세 이하에서는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에서 우승했고 20세 이하에서는 2010년 독일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17세 이하 첫 대회인 2008년 뉴질랜드 대회 조별 리그에서는 축구 강국 나이지리아와 브라질을 따돌리고 잉글랜드와 함께 8강에 올랐다. 여자 축구 강국 미국에 2-4로 져 탈락했으나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계기로 여자 축구를 뒤늦게 시작한 사실을 고려하면 첫 대회에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북한은 이 대회 결승전에서 미국을 연장전 끝에 2-1로 꺾고 우승했다. 북한은 2016년 요르단 대회 결승전에서는 일본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4차례 열린 이 대회 최다 우승국(준우승 1차례 4위 1차례)이 됐다.
한국은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골 공방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두 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고 축구 팬들에게 여자 축구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경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2년 아제르바이잔 대회와 2014년 코스타리카 대회, 2016년 요르단 대회에 잇따라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 대목이 아쉬운데 아시아 지역에 북한과 중국, 일본 등 여자 축구 강호들이 몰려 있으니 어찌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다. 요르단 대회의 경우 개최국이 아시아 지역 출전권 한 장을 갖는 바람에 중국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아제르바이잔 대회에서는 프랑스가 우승, 북한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코스타리카 대회에서는 일본이 우승, 스페인이 준우승했다.
2002년 캐나다 대회부터 2016년 파푸아뉴기니 대회까지 8차례 열린 20세 이하 대회에서 한국은 2004년 태국 대회(조별 리그 탈락)와 2010년 독일 대회(3위), 2012년 일본 대회(조별 리그 통과 8강 진출), 2014년 캐나다 대회(조별 리그 통과 8강 진출), 2016년 파푸아뉴기니 대회(조별 리그 탈락) 등 5차례 대회에 나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세 이하 대회도 17세 이하만큼은 아니지만 아시아 세력이 강해 북한이 우승 2차례(준우승 l차례 4위 1차례)를 차지했고 중국이 준우승 2차례, 일본이 3위 2차례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8년 대회에 아시아에서는 2017년 19세 이하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1위~3위에 오른 일본과 북한, 중국이 출전권을 얻었다. 북한은 조별 리그 B조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1-3으로 졌고 일본은 조별 리그 C조 1차전에서 미국을 1-0으로 물리쳤다. 중국은 조별 리그 D조 첫판에서 아이티를 1-0으로 꺾었다.
박지성은 2014년 6월 B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순간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글쓴이도 그런 꿈을 꾸기는 하는데 우승 주인공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일본은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했다. 중국은 쑨원이 활약한 1999년 미국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미국과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졌는데 이때 미국 팀에는 여자 축구의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인 미아 햄이 있었다. 미아 햄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276 경기에서 158골을 기록했다.
일본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이라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일본 여자 축구는 1960년대에 보급되기 시작했고 1980년에 제1회 일왕배전일본여자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됐다. 제2회 대회까지는 정규 규격보다 작은 54m×76m 구장에서 8인제로 전·후반 25분 경기를 했다. 한마디로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1983년 제3회 대회 때 11인제가 됐고 1984년 제4회 대회 때는 경기 시간이 전·후반 30분씩 60분이 됐다. 이후 라운드별로 경기 시간을 달리하다 2010년 제32회 대회부터 모든 경기가 전·후반 45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3년 11월 2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열린 제35회 대회에는 36개 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3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여자 축구 발전사와 겹치는 내용이 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여자 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일이다. 이때 한국은 개최국 중국의 요청으로 다른 종목 출신 선수들로 대표 팀을 급조해 출전했다. 일본은 이 대회에서 걸음마는커녕 기지도 못하고 있던 한국을 8-1로 눌렀으나 북한과 1-1로 비기고 중국에 0-5로 지는 등 3승1무1패로 중국(5승)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중국은 이 무렵 여자 축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자국에서 연 1991년 제1회 여자 월드컵에선 8강에 만족했지만 1995년 제2회 대회(스웨덴) 4위에 이어 1999년 제3회 대회(미국)에서 준우승했다.
중국의 바통을 이어받은 나라가 일본이다. 1989년 6개 구단으로 일본 여자 사커 리그(JLSL)를 출범한 일본은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여자 축구 열기가 불붙어 1991년 10개 구단으로 확대했고 1992년에는 하부 리그인 JLSL 챌린지 리그가 꾸려졌다.
FA컵 성격인 일왕배대회에는 이들 JLSL 구단과 일본축구협회에 등록한 중학생 이상 선수들로 구성된 클럽 그리고 고교, 대학 팀들이 출전한다.
이런 시스템을 발판으로 일본 여자 축구는 앞에 나온 연령대별 월드컵과 월드컵에서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한국은 여자 축구 역사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1940년대 후반 김화집 선생이 주창해 여자 축구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1949년 6월 서울운동장(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의 옛 이름)에서 전국여자체육대회의 한 종목으로 여자 축구를 실시해 서울에 있는 중앙여중과 명성여중 무학여중이 출전한 가운데 무학여중이 우승했다. 가슴으로 날아오는 공을 손으로 막아도 핸드볼로 간주하지 않는 등 특별한 규칙이 적용된 경기였지만 한국 여자 축구사의 분명한 시발점이다.
한국은 내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8회 여자 월드컵에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통산 3번째 출전한다.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이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지만 일본이 이뤘고 중국이 문턱까지 갔던 세계 여자 축구 정상에 한국이라고 서지 못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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