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드라 오. 제공|미국배우조합상 트위터 캡처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오(Sandra Oh, 한국 이름 오미주)가 미국배우조합상(SAG)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에 이은 주요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아시아인의 파워를 떨치고 있다. 

산드라 오는 27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슈라인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25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BBC아메리카 드라마 '킬링 이브'로 TV 드라마시리즈 부문 여주주연상을 수상했다. 

1971년생 한국계 캐나다인인 산드라 오는 부모 모두가 캐나다로 이민을 간 이민 2세대다. 몬트리올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아시아계 배우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도 다양한 작품, 흡인력 있는 연기로 사랑받아 온 배우다. 

그녀가 톱 배우의 자리에 올라선 건 이미 십수년 전이다. 인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 역을 맡은 그녀는 2005년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2006년 미국배우조합상과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히 연기활동을 계속했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매력적인 조연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시아인 캐릭터를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킨 작품 자체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2011년 한국 TV뉴스에 출연했던 그녀는 "당연히 인종차별을 겪는다"면서 "동양계 여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건 어렵고 답답하며 때로 지치는 일이다. 그러나 견디면서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BBC아메리카의 드라마 '킬링 이브(Killing Eve)'가 많은 것을 바꿔놨다. 산드라 오는 사이코패스 킬러를 쫓는 정보국 요원 이브 역을 맡았다. 원작에서는 백인 여성이었던 캐릭터였기에 산드라 오조차 기대하지 못했던 캐스팅이었다는 후문. 스릴러의 문법을 바꿔놨다는 평가 속에 시즌2 제작이 일찌감치 결정된 '킬링 이브'는 공개와 동시에 찬사를 받았고, 주인공 산드라 오 또한 극찬 속에 새롭게 배우로서 주목받았다. 

다가온 시상식 시즌, 그녀는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산드라 오는 지난해 에미상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와 함께 시상식에 나선 그녀의 모습은 주인공처럼 돋보였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는 더 극적이었다. 그녀는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사회자가 되어 앤디 샘버그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에미상에서 놓쳤던 여우주연상도 그녀의 차지였다. 그녀는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품에 안고서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외쳤다. 

크리틱스초이스에 이은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은 또한 극적이었다. 특히 그녀가 할리우드에서 높은 인종의 벽을 뚫고서 활동해 온 흑인 배우들을 언급한 대목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산드라 오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녀는 여전히 그 중심에 있다. 

"1997년 알프리 우다드는, 그녀는 내 귓가에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우리는 같은 싸움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2006년 제이미 폭스는 옆으로 다가와 '그대로 계속하세요'라고 말했다. 2017년 리나 웨이스는 나를 끌어안으며 '당신은 이미 승리자에요'라고 했다"면서 "동료 배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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