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가버나움'에 출연한 자인 알 라피아(위)-트레저 스틸. 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가버나움'이 작품의 진정성으로 기적과 같은 흥행을 이뤄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가버나움'은 50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1월 24일 개봉한 이 작품의 누적 관객수는 13만 1201명이다.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2살 소년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고 온 세상의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인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로 인해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의 생계까지 책임진다. 학교는 고사하고 출생기록도 없다. 

12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자인은 여동생이 팔려가듯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간 후 집을 나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여곡절을 겪은 자인은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해 이슈의 중심에 선다. 부모를 고소하면서 자인이 원했던 것은 "(부모가)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버나움'은 최근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정의 과장없이 덤덤하게, 진정성있는 표현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의 진정성은 제작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로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던 시리아 난민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캐스팅됐다. 이 작품이 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그와 가족들은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노르웨이에 정착했다. 현재 14세로 처음으로 학교도 다니게 됐다.

▲ 영화 '가버나움'에 출연한 자인 알 라피아(위)-트레저 스틸. 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자인이 집을 나와 만나 보살펴줬던 1세 소년 요나스를 연기한 트레저와 가족들은 레바논에서 불법 체류 중이었다. 현재는 케냐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인이 수레에 요나스를 태우고 다니다 시장에서 만난 소녀 메이소운 역의 파라 역시 베이루트의 거리를 벗어나 유니세프의 특별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중이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듯 '가버나움'에 출연한 아역 배우들은 비연기자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려움은 없었다. 실제 자신들의 생활을 연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인 알 라피아는 칸영화제 초청 인터뷰에서 첫연기가 쉬웠다며 "슬프게 하면 된다고 해서 슬프게 했고, '행복한 장면이야'라고 해서 행복하게 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나딘 라바키 감독은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당시 "영화의 진심을 믿는다. 단지 개봉하기 위해서, 꿈꾸게 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영화 '가버나움'을 연출한 나딘 라바키 감독(왼쪽)-출연한 자인 알 라피아. 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13만 명이라는 관객이 어떤 이들에게는 많은 숫자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가버나움'에게는 기적과도 같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연출자의 진심과 진정성을 관객들이 느꼈고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가버나움'은 국내에서 한 달 넘게 장기 상영중이다. 지난 4일 26개 스크린에서 32번 상영했지만 502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작지만 강한 작품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작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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