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탈한 '운명의 날' 제라드.
▲ 제라드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첼시 팬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스티븐 제라드는 아직도 미끄러지던 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커리어에 남길 수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친 날이기 때문이다.

제라드는 2000년대 잉글랜드와 리버풀을 대표하는 미드필더였다. 잉글랜드 대표로 월드컵과 유로에 각각 3번씩 출전했다. 리버풀에서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1회, FA컵 2회, 리그컵 3회 등 잉글랜드에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하나의 트로피가 있으니 바로 프리미어리그다.

2013-14시즌은 유난히 제라드에게 기억에 남을 시즌. 당시 리버풀은 승점 84점을 기록해 맨체스터시티(승점 87점)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시즌 35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자력 우승도 가능했던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바로 제라드의 실수가 빌미가 됐다. 첼시와 맞붙은 홈 경기에서 전반 종료 직전 패스를 받던 제라드가 미끄러졌다. 공을 가로챈 뎀바 바가 선제골을 기록했고 리버풀은 맹공을 퍼부었지만 첼시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0-2로 패한다. 리버풀은 결국 우승을 놓쳤다.

지금의 리버풀도 비슷한 처지다.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지난 29라운드에서 맨체스터시티에 역전을 허용했다. 현재 리버풀은 승점 70점, 맨체스터시티는 71점으로 아직 선두 경쟁은 알 수 없다. 압박감 대처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제라드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제라드는 "이 상처는 계속 봉합되지 않았다. 언제 아물지 모르겠다. 내 경험과 기억을 바꿀 순 없기 때문"이라면서 첼시전의 기억을 돌아봤다. 이어 "팬으로서 나의 소망을 담아서 시즌 말엔 리버풀이 우승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게 내 상처를 다르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제라드는 "첼시전 하나나, 한 시즌만 돌아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내가 그것 때문에 미치지 않으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중요한 한 해였다. 트로피가 나를 피해갔다. 물론 나는 언제나 그것을 돌아보며 다른 일이 벌어졌길 바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우승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챔피언스리그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열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큰 대회"라면서 여전히 우승을 놓친 시즌을 안타까워 한다고 설명했다.

제라드는 리버풀 선수들에게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즐기라고 조언했다. "선수들에게 경고를 하고 싶진 않다. 경고는 비판적이고 또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내 조언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즐기면 된다.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현재 제라드는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제 2의 축구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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