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임 후 처음으로 승리 소감을 말하고 떠나는 이임생 수원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심정이었어요. 그래도 우리 배는 당신을 버리고 가지 않는다고 했죠." (오동석 수원 삼성 단장)

수원 삼성의 2019 시즌 출발은 어느 때보다 불안했다. 감독이 바뀌고 단장도 바뀌었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를 연이어 상대한 초반 두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면면도 낯설었다. 그리고 주어진 성적은 개막 후 3연패. 지난 시즌 말 2경기를 포함한 5연패를 기록했다. 수원 창단 후 최장 기간 연패였다. 

3월 A매치 휴식기가 수원 삼성에 숨을 고를 시간을 줬다. 위기감은 여전했다. 3월 31일로 예정된 하나원큐 K리그1 2019 4라운드 상대는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이 홈에서 1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10년째 지지 않던 상대다. 이 경기에서 질 경우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동석 수원 삼성 단장은 2019 시즌 부임해 개막 후 3연패를 당한 뒤 이임생 감독과 휴식 기간 깊은 대화를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살다시피하며 밤새 경기 준비에 골몰하는 이 감독을 압박하기보다, 믿고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줬다.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대한 자세도 마찬가지. 취재진은 인천과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과 가진 인터뷰에서 부담이 극심할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줬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힘든 시기는 나 홀로 가져간다고 했어요"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자신감을 주고, 소속감을 강조했어요. 같이 이겨내야 한다." 

축구는 11대11의 싸움으로 불리지만, 벤치의 감독과 프런트에 이르기까지, 구단 전체의 싸움이기도 하다. 수원 구단은 인천전에 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고민하고 고심했지만, 이겨내겠다는 집념을 보였다. 그 집념이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드러났다.

욘 안데르센 인천 감독은 경기 전 "지난해 서울을 이기지 못하던 흐름을 끊은 것처럼, 수원을 오랫동안 이기지 못한 것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수원의 전방 압박이 강해 선수들이 당황했고,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수원을 칭찬했다. 회견 말미에는 먼저 나서서 "새로 감독이 부임한 수원의 첫 승을 축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경기 후 회견에서 이임생 감독의 눈시울이 붉었다. ⓒ한준 기자

뒤이어 회견장에 온 이 감독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4경기만에 이겨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선수들에 대한 네거티브(부정적)한 것들(을 털어내고) 선수들에게 우리도 이길 수 있다고 정신적으로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 한 발 다가간 것 같습니다. 더 준비해서 다음 경기도 팬들에게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후 인터뷰는 경기 내용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차분해졌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감정은 어땠나요?"

이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코치진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잦아들었던 감정은 이 질문에 다시 움직였다. 눈가가 촉촉해진 이 감독은 "1승이 이렇게 힘든 건지…. 그냥 선수들 안아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굉장히, 너무 (90분이) 길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감독 인터뷰에 이어 이날 2골을 넣어 경기 최우수 선수가 된 호주 공격수 아담 타가트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먼저 자리를 일어서는 이 감독의 표정은 그래도 조금은 밝아졌다. 

어린 선수들로 파격적인 축구를 선보였던 이 감독은 3연패를 거치며 많은 것을 느꼈고, 인천전을 통해 다시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첫 승 뒤에 나온 것은 환호가 아닌 눈물이었다. 아직 즐기기는 이르다는 심정이다. 3일 상주 상무전, 7일 강원FC전이 이어지는 타이트한 일정. 이 감독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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