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격이 예쁜 서울의 스리백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FC서울은 하나원큐 K리그 2019에서 4라운드까지 3승 1무를 거두면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져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팀이 불과 3,4개월 만에 반전을 이뤘다. 유난히 조용했던 겨울 이적 시장을 고려하면 서울의 상승세는 놀랍기만 하다.

서울의 힘은 수비에서 나온다. FC서울은 현재 실점을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지난 시즌도 38경기 48실점으로 리그 6위였으니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유난히 끈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2019시즌을 시작하면서 최용수 감독은 서울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공격적인 상주 상무를 맞아서 침착하게 버티며 2-0 승리를 잡았던 지난달 30일 최 감독과 선수들의 목소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 공격적 스리백: 높은 라인, 수비 적극적 공격 가담

최 감독은 2019시즌 서울에서 스리백을 펼친다. 신인 김주성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황현수, 김원균, 이웅희 세 명이 스리백을 이뤘다. 고광민이 나서는 왼쪽 수비, 윤종규가 나서는 오른쪽 수비도 아직까진 변화가 없다.

구성은 스리백으로 같으나 실제 경기 운영에선 예전의 최 감독식 스리백과 차이가 있다. 후방이 두툼하지만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는다. 노골적인 역습을 노리는 대신 라인을 올려 맞불을 놓는다. 윙백의 전진이 용이하고, 중앙 수비수들 역시 뒤로 물러나기보다 수적 우세를 살려 앞으로 나가면서 공을 끊어낸다. 그리고 인터셉트와 함께 전진해 공격을 펼친다.

"장점이 많다. 상대 진영에서 놀다보면 찬스가 많이 생긴다. 위험 요소는 공간을 내준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우리 수비수들이 꽤 빠른 편이다. 감독님은 제 성향을 잘 아신다. 그렇게 믿고 지시하신다. 저도 그래서 자주 올라간다. 수비수도 처져서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할 땐 같이 올라간다. 시즌 내내 틀은 유지될 것이다." (수비수 이웅희)

공을 가졌을 땐 스리백이 좌우로 넓게 벌려서고 윙백들이 자주 전진한다. 윙백들의 공격 가담으로 공격수-미드필더의 관계에 새로운 옵션이 추가된다. 공격수 박주영은 윙백의 공격 가담에 대해 "상황마다 만드는 부분은 훈련을 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나올 때, 안 나올 때 모두 있다"면서도 "훈련한 것을 경기장에서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훈련한 게 더 잘 나온다면 경기를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 "수비만으론 절대 무실점 경기를 할 수가 없다"는 이웅희 ⓒ유현태 기자

◆ 지킬 때 파이브백: 간격 유지가 핵심

서울의 최근 경기력을 '속 시원하다'고 표현하긴 어렵다. 무실점 팀이라지만 득점은 5골, 많은 득점으로 보긴 어렵다. 실리적으로 승리를 따냈다. 물러설 땐 확실히 물러서는 것이 서울의 스타일이다. 단 1골의 리드도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 수 있고, 이 뒤를 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최 감독이 '버티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바로 '간격'이다. 상주전 후반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최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연신 두 손을 가운데로 모으며 지시를 내렸다. 수비수의 전후좌우 간격을 좁히라는 뜻. 공격수들을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고 수비수들 사이로 공이 투입되더라도 빠른 커버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주는 이번 시즌 가장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뽐내지만, 서울의 한몸처럼 움직이는 수비를 공략하지 못하고 외곽만 맴돌았다. 서울은 공이 좌우로 크게 전환될 때마다 전후좌우 간격을 모두 일정하게 맞춘 채 팀 전체가 이동했다. 이웅희는 "수비 훈련하면 간격을 많이 강조하신다. 경기 때만이 아니라 훈련에서도 그런 제스처는 자주 하신다. 이젠 선수들이 자동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활발한 소통이다. 서울 경기에선 앞으로 압박하러 나가는 선수가 자신의 뒤를 수비수에게 맡기거나, 수비수가 미드필더를 앞으로 내보내고 자신이 공격수를 마크하며 이야기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서로 말을 많이 해 공간과 선수를 모두 잡는다. 이웅희는 "훈련 때도 그렇고 소통하고 믿는 것이다. 서로 부탁하고, 부탁 받는다. 훈련장에서 그러다보니 경기장에서도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 최용수 감독은 다같이 축구를 하자고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다같이'의 힘: "현재 전력상 (리그 판도를) 주도할 수 없는 팀이다."

"서울은 현재 전력상 (리그 판도를) 주도할 수 없는 팀이다. 우리는 따라간다는 콘셉트로 접근했다. 마음 같아선 오늘 K리그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는 힘든 과정을 극복하면서 가겠다. 이제 4경기를 했는데 지금 성적에 만족하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최용수 감독)

서울은 지난 겨울 전력 보강이 뚜렷하지 않았다. 최 감독이 강력히 원한 외국인 공격수 페시치를 영입한 정도가 눈여겨볼 행보였다. 최 감독은 현실을 인정하고 선수단에 새로운 힘을 심었다. 1대1로 되지 않는다면 여러 명이 함께 상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수들 역시 '다같이'의 가치를 말한다. 베테랑 박주영은 "전체적으로 공격을 나갈 때, 수비를 할 땐 같이 하자고 하는 게 늘었다. 그런 점이 좋아졌다. '공격은 공격, 수비는 수비'가 아니다. 그래서 팀이 끈끈해진다"고 말한다. 이웅희 역시 "감독님이 잡아주시는 중심이, 전방부터 다같이 수비하는 것부터 온다. 수비가 아무리 잘해도 지금처럼 계속 무실점 경기를 할 순 없다. 저희는 다같이 뛰고 수비하는 점에서 무실점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끈끈한 분위기가 무실점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서울은 무실점 행진에도 '운이 따랐다'고 인정하며 앞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와 닿지가 않는다. 실점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하늘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실점을 할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을 유지하고 싶다. 전체가 수비를 의식하고 있다. 나도 강조하고 있다.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유지하고 싶다." (최용수 감독)

▲ 페시치 ⓒ박주성 기자

◆ 공격은 여전히 과제: 페시치 적응만 한다면

"결정력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개인 득점보다 팀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전방 공격수들이 마무리를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용수 감독)

일단 뒤가 안정을 찾았다. 과제는 역시 최전방에 있다. 페시치만 살아나준다면 서울의 고민도 크게 덜어질 터. 페시치는 상주전에서 고요한에게 두 차례 좋은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줬다. 마무리에서 아직 부족했지만 높이와 힘, 속도까지 모두 갖췄다는 가능성은 보여줬다.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최 감독은 "좋은 선수지만 지금 경기 감각,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동료 선수들과 호흡도 맞춰야 한다. 그런 단계"라고 말했다. 박주영 역시 "페시치는 선수들하고 같이 하려고 하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100% 보여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훈련장에서 보면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선수들하고 발을 맞추다보면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힘을 더해줄 카드들도 있다. 연령별 대표에 다녀온 조영욱,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인 오스마르, 김주성도 서울의 스쿼드를 탄탄하게 보강해줄 전망. 힘겹지만 2019시즌 서울은 지난해보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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