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는 시즌 4라운드까지 1승 2무 1패를 거뒀다. 하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 현대, 울산 현대 경기가 포함된 결과. 시즌 초반 강호들을 만났지만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4라운드 경남FC전에서 경기 막판 실점해 1-2 역전패했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점유율에서 밀리고도 만든 결과다. 대구는 전북전 46%, 제주 유나이티드전 40%, 울산전 47%, 경남전 44% 점유율을 기록했다. 모두 50%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선 만족할 만하다. 수비는 견고하고, 역습은 빠르며 역동적이다. 선수단에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5득점과 4실점으로 모두 중간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준비해온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 잘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다.
조광래 대표 이사는 "지난해 월드컵 기간 벨기에를 유심히 봤다"고 설명한다. 당시 벨기에는 3-4-1-2 포메이션을 활용해 3위까지 차지했다. 중앙을 두껍게 유지하면서도 빠른 공수 전환이 가능했다. 그 벨기에가 바로 대구에 영감을 줬다.
대구의 축구는 수비부터 시작이다. 개인 기량에서 상대를 압도한다고 보기 어려운 대구는 '협력'으로 상대를 누른다. 중앙으론 공을 투입되지 않도록 간격을 좁히고, 측면으로 공이 이동할 땐 순간적인 협력 수비로 압박한다. 수비수 홍정운은 "우선 막고 있는 선수가 패스를 하면, 그때부터 공을 받는 선수를 맨투맨으로 강하게 압박하라고 강조하신다"면서 "공을 잡는 사람을 향해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효과는 원래 마크하던 선수에 더해 새로운 선수가 더해져 2대1 상황을 순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홍정운은 "선수와 원래 수비하던 선수 2명을 상대해야 한다. 공격수가 1대1에서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2명이 막으면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순간적으로 수적 우세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란 뜻인데, 여기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다른 팀을 압도하는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홍정운은 "(김)대원이, (정)승원이 같은 선수들이 앞에서 엄청나게 뛰어준다"고 말한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대구의 수비 전술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언급된 김대원과 정승원은 지난해 월드컵 휴식기에 바짝 운동을 해 몸을 만들었다. 겨울 동계훈련을 팀과 보내진 못했지만, 한국 22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돼 체력을 다졌다. U-22 대표팀 김학범 감독은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김대원은 "보통 훈련을 오후에 하루 1번 훈련한다. 오전에 쉬고 오후에만 운동하곤 했다. 1번 할 것을 2번 하고 안 쉬려고 했다"고 말한다. 정승원도 "경기를 따라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운동을 혼자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월드컵 시기 전지훈련부터 조금씩 몸이 올라왔다"고 말한다.

수비를 잘 조직한 뒤엔 역시 역습이다. 분명히 수비에 무게를 두는 것 같은데, 대구의 경기가 매력적인 이유다. 그 핵심엔 단단한 수비에서 순식간에 최전방까지 연결되는 '전환 속도'가 있다.
대구가 점유율이 낮은 것이 되려 역습엔 도움이 된다. 단단한 수비로 버티면서 상대편 수비수들의 전진을 기다리는 것이다. 김대원은 "우선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수비 위치를 잘 서니까 상대 수비 라인 전체가 전진하게 된다. 그때 공을 빼앗고 공간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습할 때 빨리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 식의 축구를 올해까지 2년째 하고 있다"고 말한다.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지니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도 좋아졌다. 공을 빼앗은 뒤엔 번개처럼 역습으로 전개한다. 김대원은 "예전엔 수비만 하다가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역습을 나갈 때도 빠르게 나갈 수 있다. 그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한다.
세부적으로 따지자면 세징야가 역습의 키다. 세징야는 공수의 연결고리다. 홍정운은 "잡으면 일단 세징야다. 상대가 기다리는 수비를 하면 세징야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준다. 어떻게든 지켜준다"면서 세징야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세징야가 수비의 압박으로부터 첫 패스를 지켜내는 동안 에드가와 김대원은 전방을 향해 달린다. 측면으로 빠지는 김대원과 에드가는 직접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상대 수비수들이 물러나도록 유도하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서도 벨기에의 전술을 참고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 월드컵에서 역습 전개 시 에덴 아자르와 로멜루 루카쿠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공간을 만들어주면, 케빈 데 브라위너가 중앙으로 전진하며 역습을 전개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세징야가 데 브라위너처럼 공을 직접 운반하기도 하고, 패스, 슛으로 마무리 과정까지 연결하기도 한다.
김대원은 "세징야가 공을 워낙 잘 지켜서 안 빼앗긴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에드가나 제가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나갈 수 있다. 에드가는 큰 키지만 볼 키핑력이 좋고 싸워주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현재 K리그에서 5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역습에서 뽑아낸 골은 없다. 세트피스에서 3골을 넣었고,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짧은 연계 플레이로 2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멜버른 빅토리전(3-1 승)에서 2골, 광저우 에버그란데전(3-1 승)에서 2골이 역습에서 나왔다.
대구의 축구는 무적이 아니다. 선수단도 최고가 아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도 가장 뚜렷한 색과 전술을 갖고 있는 팀, 지켜보는 맛이 있는 팀이다.
대구는 3일 '숭의 아레나'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19 5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