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는 지난달 26일(한국 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0 예선 A조 2라운드에서 몬테네그로를 5-1로 완파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인종 차별'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검은 피부를 가진 라힘 스털링, 대니 로즈, 칼럼 허더슨 오도이가 출전했고 몬테네그로 관중들이 여기에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용납할 수 없다. 공식 항의할 것"이라고 분노했고, 스털링은 직접 양손으로 귀를 잡으며 원숭이 흉내를 내 인종차별적 행위에 항의했다. 경기 뒤에는 "1만 5천 명이 인종차별을 했다. 경기장 폐쇄 조치를 당해도 할 말이 없다"며 분노했다.
이제 A매치 기간을 마치고 유럽 축구는 다시 리그로 바빠졌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 그렉 클락은 인종차별 행위를 잊지 않았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3일(한국 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클락 회장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개최한 '경기 평등' 컨퍼런스에서 인종차별과 싸울 것을 강조했다.
클락 회장은 "스털링, 로즈, 허더슨-오도이와 성숙,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귀기울이고 또 응답해야 한다. 그들이 낙담하게 두지 말아야 한다. 지난 15년 내가 했던 일에 대한 것을 준비했다. 하지만 모두 바꿨다. 나는 지난 월요일 잉글랜드 선수들이 받은 인종차별 행위를 생각해야만 했다. 어떤 한 국가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싶진 않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이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무책임하게 말할 순 없다. 이번 시즌 영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클럽은 그런 팬들을 반대하고, 우리도 선수들을 반대했다. 그래서 잉글랜드에서도 더 많은 것을 해야만 한다. FA 역시 포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종차별 시 경기를 중단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종차별 행위는 그 정도와 상관없이 문제라는 것. 클락 회장은 "상당한 정도에 대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이 없어야 한다. 인종 차별은 그저 인종 차별이다. 그 규정은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것일 뿐, 한 명이 쏟아내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 코너킥이나 스로인을 할 때 듣는 것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들은 멈춰야만 한다. 우리는 선수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주 긴 과정이 될 것이다. 무엇이라고 말했는지, 무슨 의미였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입술을 보고 외국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나 비속어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 선수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 역시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경기를 중단하라고 심판들에게 요청할 것"이라며 "내 생각엔 경기장에 있는 90퍼센트의 보통 사람들이, 그런 짓을 벌이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축구협회의 모미르 주르제바치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몇몇 나쁜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몬테네그로 전체를 망치고 있다. 나쁜 인상을 받으셨을 분들에게 모두 사과할 것이다. UEFA의 조사 역시 충실히 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