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마다 들어있는 단서와 의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MCU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 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수십편의 영화 중 어떤 영화를 골라봐야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2008년 나온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이제까지 나온 MCU 영화만 21편이다. 그래서 꼽아봤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준비하는 추천작.

직접 영화를 만든 감독의 추천은 가장 믿을만하다. 안소니 루소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엔드게임' 개봉 전에 꼭 봐야할 영화 두 편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꼽았다. 둘 모두 자신이 조 루소 감독과 함께 연출한 작품이다.
'엔드게임' 이전 어벤져스의 이야기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당연한 선택이다. 애초 '엔드게임'과 '인피니티 워'는 한꺼번에 준비하다 도저히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없어 분리된 작품들이고, 촬영 역시 한꺼번에 이뤄졌다. 우주적 힘의 원천,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타노스가 '핑거 스냅'으로 세상의 절반을 날려버릴 때, 이미 타노스에 맞선 어벤져스들의 한판 뒤집기도 함께 준비됐던 셈이다. 타노스의 힘은 어느 정도인지, 누가 사라지고 누가 살아남아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지 세계관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선 '인피니티 워'의 줄거리라도 한번쯤 훑어보길 추천한다.

'인피니티 워'를 거쳐 '엔드게임'까지, 2편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연출한 안소니 루소 감독과 조 루소 감독은 MCU 최고 솔로무비로 꼽히곤 하는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2014)를 통해 마블에 입성했다. 이를 잇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는 제목만이 솔로무비일 뿐 '어벤져스'나 다름없이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거대한 이야기. 슈퍼히어로를 정부 기관의 감독 아래 두려는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두고 벌어진 갈등과 처절한 다툼을 비장한 공기로 담아냈다.
하나가 되어 지구를 지켰던 어벤져스들은 '시빌 워'에서 등록제에 찬성하는 '팀 아이언맨'과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팀 캡틴'으로 나뉘어 싸웠다.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그리고 엔트맨이 자연스럽게 어벤져스의 세계에 들어왔다. 극적인 상황이 거듭되고 양 진영의 멤버가 바뀌었지만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끝내 손을 잡지 못했고, '인피니티 워'를 통해서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엔드게임'에선 타노스란 거대한 적 앞에서 다시 손을 맞잡은 아이언맨과 캡틴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그려질 전망. 공개된 파이널 예고편의 투샷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두 편을 복습하고도 여유가 있다면 다음엔 어떤 작품이 나을까. 오래된 작품보다는 최신의 이야기들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사이 등장한 MCU 솔로무비는 총 2편, '앤트맨과 와스프'(2018) 그리고 '캡틴마블'(2019)이다. 둘 모두 '엔드게임'에서 활약상이 기대되는 히어로지만, 그 중 '앤트맨과 와스프'를 우선 추천한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배경은 '시빌 워' 이후 딱 찍혀 집에서 칩거하던 '앤트맨' 스캇 랭이 새로운 파트너 '와스프'와 함께 벌이는 활약상을 담았다. 디즈니 가족영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와스프와의 콤비플레이가 인상적. 무엇보다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앤트맨이 퀀텀 렐름(Quantum Realm)이라 이름붙은 양자역학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엔드게임' 예고편이 암시한 앤트맨의 귀환과 함께 많은 팬들이 퀀텀 렐름을 통한 시간여행을 점친 상황. 이 모두를 가능케 한 '행크 핌 박사' 마이클 더글라스는 인터뷰에서 "퀀텀 렐름은 마블 영화의 다음 챕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귀띔했다.

마블 히어로 중 최강 능력치를 자랑하는 캡틴 마블의 등장을 알린 '캡틴 마블'(2019)도 추천할만한 작품. 그러나 '엔드게임'과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였던 쿠키영상-지구로 온 캡틴마블과 토르의 만남-이 파이널 예고편에 뜨면서 왠지 김이 샜다.
'인피니티 워' 직전의 타임라인을 공유하는 '토르:라그나로크'(2017)도 배경을 파악하기에 더없는 작품이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종적을 감췄던 헐크, 아스가르드의 위기와 함께 대변신한 토르의 사연을 확인할 수 있으며, 쿠키영상 등을 통해 타노스의 위기가 엄습하는 순간까지 담아냈다.
짚어보고 싶은 작품은 또 있다. '아이언맨' 솔로무비 시리즈 3편인 '아이언맨3'(2013). 토니 스타크와 귀여운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던 꼬마 할리(타이 심킨스)가 '어벤져스:엔드게임' 출연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차기 아이언맨이라는 설까지 심심찮게 도는, 이제는 '훈남' 청년 느낌까지 풍기는 10대가 왜 '엔드게임'에 등장하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rokky@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