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자들은 “흔히 투수와 심판의 궁합이 있는데 이날 잘 맞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이날은 높은 쪽 코스에 일관적으로 박했고, 박종훈은 그 흐름에서 꼬였다. 하지만 박종훈은 “그건 다 핑계”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반성했던 것일까. 박종훈은 “마운드에서 너무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손혁 (투수) 코치님도 계속 ‘웃어라’라고 주문하시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종훈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약속한 것도 “잘 던지겠다”가 아닌, “마운드에서 계속 웃겠다”였다. 어떤 상황이 와도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종훈은 13일 인천 KIA전에서 약속을 지켰다. 아웃카운트를 잡아도 웃고, 안타를 맞아도 툭툭 털어버리고 웃었다. 그리고 경기 결과도 웃었다. 다 좋은 날이었다.
박종훈은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리드를 이끌었다. 시즌 첫 승이자, 첫 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박종훈이 7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무4사구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은 개인 통산 4번째였다.
경기 초반 고비를 넘긴 뒤로는 순항했다. 1회 1사 후 류승현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제구가 다소 흔들렸으나 안치홍 최형우를 범타로 처리했다. 2회에는 1사 후 이창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박준태를 유격수 병살타로 요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그 후로는 별다른 위기도 없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3회부터 5회까지는 피출루가 하나도 없었다. 6회 선두 김민식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7회 2사 후 이범호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은 것이 옥의 티였다.
다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4-1로 앞선 9회 마무리 김태훈이 이범호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1점을 내준 것에 이어 4-2 2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 한승택에게 좌월 역전 만루포를 얻어맞고 박종훈의 승리투수 요건이 날아갔다.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