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이천웅은 올해 1번 타자로 21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개인 연속 기록만 세면 지난달 6일 kt전부터 20경기. LG는 이 기간 14승 6패로 상승세다. 오른손 타자의 리드오프 기용을 선호하는 류중일 감독의 마음도 바꿔놨다.
이천웅의 활약상은 타점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번 타자로 나서면서도 타점이 17개로 팀 내 공동 1위다. 주자 있을 때 0.388, 득점권에서 0.379의 높은 타율을 기록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방망이가 아닌 눈으로도 점수를 냈다. 지난달 30일 kt전에서는 연장 11회 10-9를 만드는 끝내기 타점을 올렸다. 2사 만루에서 나온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이천웅은 이 경기를 마치고 "무조건 풀카운트까지 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풀카운트를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초구와 2구는 무조건 본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많이 보려고 들어갔고, 유리한 카운트가 되면서 풀카운트까지 갈 수 있겠다고 봤다. 일단 많이 보려고 생각했다. 서로 긴장되지만 수비에서 더 부담스러울 상황이었다."
"앞 타자 (김)용의 형 타석을 보고 확신했다. 거기서 투수가 공격적으로 던졌다면 저도 승부를 택했을텐데, 3루 주자 움직임 탓에 집중을 못 하는 게 보였다. 용의 형이 볼넷으로 나가면서 많이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임기응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이천웅의 하루는 전날 밤부터 시작한다. 잠들기 전 루틴이 하나 있다.
"자기 전에 다음 날 선발투수 영상을 본다. 구체적인 작전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느낌인지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린다. 타석에서는 예상보다는 자주 던지는 구종 두 가지를 생각하고 들어간다. 그 두 가지 구종이 투수가 가장 자신있고 많이 던지는 공이라고 생각해서다."

득점권 상황에서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천웅은 "제가 (득점권에)강하다 약하다 이런 생각은 안 하고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기록도 잊고 상황도 잊고 타석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천웅은 지난해 6번 타자 출전이 가장 많았다. 1번 타자(27타수)는 2번 타자(51타수)의 절반 수준이었다. 새로운 임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까.
타순 변화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강타자를 2번 타순에 배치하려는 시도가 몇몇 팀에서 있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와 별개로 선수들이 경기 준비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6번에서 1번도 큰 변화인데, 이천웅은 일단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머리가 많이 아픈 일이기는 하다. 출루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고, 많이 나가야 다른 선수들이 타점도 올리고 팀도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출루가 어려운 일이라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은 익숙해졌다. 작년에는 (이)형종이가 1번 치고 저는 6번 정도였다. 지금은 1번 타자로 나가는 루틴에 익숙해졌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이형종을 대신해 중견수로 뛰는 시간이 늘었다. 올해는 초반부터 주전 중견수를 차지했다. 이천웅 자신은 아직 수비에 보완할 점이 많다고 느낀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중견수 이천웅의 책임감은 더 무거워진다.
"수비에서 타격보다 더 집중을 많이 한다. 잔실수가 많은 편이라 수비에서 신경도 많이 쓰고, 생각도 많이 한다. 타구가 오는 방향을 예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타구 방향도 그렇고 투수 구속에 타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타이밍이 맞는지 안 맞는지 공 하나마다 계속 생각한다."
늘 그렇듯 이맘때 뜨거운 선수들의 소망은 하나, 기복 없는 시즌이다. 이천웅은 "작년 여름에는 많이 더웠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올해는 덥지도 않은데 벌써 힘든 감이 있다.1번 타자는 타석이 금방 돌아오고 나기가도 많이 나간다. 중견수 수비는 백업할 일이 많다"면서 "그래서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에 신경 쓰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술도 안 마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