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게티 이미지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역시 류현진에게는 체인지업이 최고의 무기였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 시간) 오라클 필드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역시 이날도 볼넷은 없었다.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1회 시작하자 마자 스티븐 더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다음 타자 타일러 오스틴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다. 무사 2, 3루.

여기서 브랜든 벨트에게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가볍게 1점을 빼앗겼다.

하지만 류현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된 위기를 무실점으로 잘 넘겼고 2회 케빈 필라에게 1루쪽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에는 12타자 연속 범타를 솎아 내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그 중심엔 체인지업이 있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이 초반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 출발이 시속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현란하게 변했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좌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일반적으로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좌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는 잘 던지지 않는다.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부담이나 가운데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런 제한에서 자유로웠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몸 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며 카운트를 벌었다. 범타를 유도해 내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압권은 2회 브랜든 크로포드를 상대로 한 탈삼진이었다.

선두 타자 필라가 1루쪽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한 상황. 출발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류현진이기에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크로포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중요한 건 이 체인지업의 위치였다. 궤적이 슬라이더처럼 좌타자의 바깥쪽을 향했다. 좌타자에게 낯설 수 밖에 없는 궤적이었다. 때문에 방망이를 유도해 내는 데 유리했다.

우타자의 몸 쪽 체인지업도 마찬가지다. 바깥쪽으로는 많이 봐도 몸 쪽으로 오는 체인지업은 거의 없다. 류현진은 이 낯선 궤적을 최대한 이용했다.

첫 3개의 탈삼진이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경기 초반 체인지업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상대가 체인지업에 대비하는 듯한 타격이 나오자 이후엔 빠른 공으로 구종을 조정했다. 최고 148km의 빠른 공으로 결정구를 많이 삼았다. 이후 3개의 삼진은 모두 빠른 공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슬라이더, 커터, 투심 등으로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체인지업이 자신의 진짜 주 무기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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