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공약을 제대로 지킨 신진호(울산 현대)였다. 그 덕분에 동해안 더비의 역사에 이야깃거리가 더 쌓였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라이벌전이 열렸다. 올해 첫 번째 양팀의 맞대결이자 161번째 동해안 더비였다.
경기를 앞두고 양팀은 제대로 입씨름을 벌였다. 지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에서 울산의 선수 대표로 나선 신진호가 제대로 '입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신진호는 김기동 포항 감독을 지목하며 "(포항) 입단 당시 김 감독과 함께 선수로 뛰었다. (김 감독이) 등번호 6번을 달고 뛰었고 이후 제가 번호를 물려받았다"며 나름대로 포항의 정통성을 계승했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서울로 이적하면서 포항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저도 인간이라 그런 감정이 올라오고 있다. 표출하고 싶다.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으며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데 떠난지 오래됐다. 세리머니를 하겠다"며 선전포고했다.

당연히 동석했던 정재용도 입축구로 맞섰다. 올 시즌 시작 후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정재용이다. 그는 "올해 울산에서 동계 훈련을 했고 지금은 포항 유니폼을 입고 있다. 울산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신)진호형의 세리머니를 막겠다"고 대응했다.
입축구가 끝난 이틀 뒤 진짜 축구는 재미 만점이었다. 정재용은 김태환과 신경전을 벌였다. 김태환이 화를 내자 정재용은 '무슨 일이냐'는 자세로 뒤로 물러섰다.
그런 정재용을 본 신진호가 31분 골을 넣었다. 김보경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가로지르기(크로스)를 했다. 포항 수비가 걷어냈지만 멀리 가지 않았다. 이를 신진호가 잡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 골을 넣었다.
신진호는 격하게 기뻐하며 울산 벤치 앞에서 슬라이딩 후 김도훈 감독에게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그나마 포항 팬들이 많은 북쪽 관중석은 애써 피한 신진호다.
신진호의 세리머니에 자극받은 포항은 35분 이진현의 동점골로 따라왔다. 김승대의 도움이 있었다. 김승대는 후반 16분 오승훈 골키퍼가 걷어낸 볼을 잡아 골을 넣었다. 김기동 감독의 부임 두 경기 모두 골맛을 본 김승대다. 신진호와 함께 뛰었던 김승대의 복수였다. 2-1 승리는 덤으로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