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전북, 정형근 기자 / 이강유·송승민 영상 기자] “소년체전은 우리에겐 작은 올림픽과 같아요. 1년 동안 소년체전만 바라보는데 폐지는 절대 안 돼요.”

스포티비뉴스는 지난달 28일 전라북도에서 막을 내린 '제48회 소년체육대회' 취재에 나섰다. 배구와 농구, 수영, 테니스, 양궁 등 10개 이상의 종목 현장을 방문해 '소년체전 폐지 및 개편'에 대한 학생선수, 학부모, 지도자, 협회 관계자 등 의견을 들었다.

‘소년체전 폐지’ 논란은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문체부는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하며, 학생선수와 일반 학생의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학생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폐지 논란 속에서 치러진 소년체전 현장에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학생선수들은 대체로 소년체전 폐지·개편에 반대했다. 수영에서 4관왕을 차지한 3명의 선수는 한목소리를 냈다. 

노민규(미아초)는 “소년체전은 1년 중에 가장 큰 대회다. 소년체전을 위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소년체전이 폐지된다면 준비한 성과가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주(대청중)와 유선우(대모초)는 “소년체전은 많은 엘리트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가장 큰 대회이다. 우리에겐 작은 올림픽과 같다. 폐지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진입로였던 '소년체전'이 폐지 기로에 섰다.

소년체전은 그동안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진입로였다. 소년체전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전국체전에 나서고, 그중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국가대표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정부는 ‘체육계 폭력’이 성적지상주의에 기반한 엘리트 선수 육성시스템에 있다고 판단했고 그 출발점인 소년체전의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문체부의 발표처럼 소년체전이 '축제' 형식으로 바뀌면 어떨지 물었다. 

면목초등학교에서 배구를 가르치는 임혜숙 지도자는 "엘리트 체육은 일반 체육과 다르다. 일반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배우기 힘든 점이 많다.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생활체육 대회가 된다면 말 그대로 놀이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테니스 학생선수를 아이로 둔 최온유 씨는 "소년체전 폐지는 너무 안일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의 일생이나 직업도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 엘리트 선수들은 기량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비슷한 실력을 갖춘 아이들이 소년체전에서 함께 경쟁하며 승패를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각 협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년체전에서 유망주를 발굴해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야 하는 협회는 '소년체전 폐지'에 난색을 보였다. 

대한양궁협회 장영술 전무이사는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기까진 소년체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 소년체전이 현재 방식이 아닌 학생체육축전으로 전환된다면 한국 양궁은 경기력 향상에 치명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 수영연맹 김민석 사무국장은 "소년체전은 동기부여가 되고 향후에 직업 운동인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대회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큰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초 발판이다. 소년체전이 폐지된다면 한국은 경쟁력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물론 소년체전이 당장 폐지·개편되는 건 아니다. 소년체전은 이르면 2021년부터 학생체육 대축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민간합동으로 출범한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4일 소년체전 개선안과 엘리트 육성시스템 전면 혁신이 포함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전북, 정형근 기자 / 이강유·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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