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칠 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붙었다. 대표팀에 뽑히고 나서도 “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붙었다.
‘고졸 루키’ 신분으로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한 이의리(19·KIA)가 이런 의문을 지우는 데까지는 딱 두 경기면 충분했다. 중압감이 넘치는 등판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고, 선배들 이상으로 당당하게 싸웠다. 그렇게 태극마크 자격을 증명한 이의리의 등장에 부진 속에 빠진 대표팀도 한가닥 위안을 얻고 있다. KIA의 보물에서 대한민국의 보물로 발돋움하는 과정이다.
사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에이스의 부재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끌고 가며 판을 만들어줄 선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황금기를 이끌던 투수들은 미국에서 뛰고 있어 대회 참가가 불가능했다. 새로운 에이스를 찾는 작업이 더딘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구창모(NC)와 박종훈(SSG)은 부상으로 낙마했다. 결국 예상대로 이 문제가 대회 곳곳에서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그 선발진에서 그나마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바로 이의리다.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깜짝 낙점된 이의리는 5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으며 호투했다.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지만 팀이 이길 수 있게끔 판을 만들어줬다. 사흘을 쉬고 나선 5일 미국과 준결승에서도 5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으로 버텼다. 역시 삼진 9개를 잡으며 위력을 떨쳤다.
10이닝 동안 기록한 탈삼진은 무려 18개. 이번 대회에서 일본 에이스급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더불어 탈삼진 공동 1위다. 140㎞대 후반까지 찍힌 위력적인 패스트볼에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잘 먹힌 결과였다. 물론 투구 내용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만 19세에 이런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투수는 역사를 통틀어서도 찾기 쉽지 않다.
한국야구의 레전드이자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이번 올림픽을 지켜보고 있는 박찬호(49)도 연신 칭찬에 바빴다. 박찬호는 “좌완의 140㎞대 중·후반 공은 타자들에게는 150㎞ 이상으로 보인다”면서 “이의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대회는 우리가 좋은 성적도 기대하겠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기량 테스트의 기회라고 봐도 된다. 이의리의 좋은 투구를 지켜봤다. 이의리의 호투도 너무 좋았다”고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비록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이의리의 야구 인생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야구 대표팀으로서도 다음 대회 때 기대감을 가지고 다시 차출할 수 있는 자원이 생겼다는 점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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