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 김성철·송경택·박진영 영상 기자] "올림픽 때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2021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국내용"이라는 평가까지 들어야 했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부진으로 그는 속상한 평가를 들었다. 아쉬움 가득하지만, 평가를 뒤집을 기회가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향해 철저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원태인은 지난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4승 7패, 158⅔이닝 투구,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최고 성과다. 늘 전반기에 잘 던지고도 후반기에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고전했는데, 2021년은 달랐다. 시속 140㎞ 후반대 빠른 볼로 구속을 끌어올렸고,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앞세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원태인 활약으로 삼성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삼성은 외국인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왼손 선발투수 백정현과 함께 원태인을 앞세워 선발야구를 펼쳤고,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원태인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자신감은 엄청 많았다.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있었다. 내 생각대로 잘 풀렸던 시즌이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했다. 시즌을 준비할 당시 첫 번째 목표가 구속 향상이었다. 순간적으로 힘을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 라이브피칭을 하는데 145㎞가 나왔다.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했다. 시즌 들어가면서 구속이 계속 올라갔다. 그때 페이스가 빠른 게 아니고 생각보다 몸이 더 좋아졌던 것이었다. 돌이켜 보니 기분이 좋다"며 겨울을 알차게 잘 보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KBO 리그의 백미는 kt와 삼성의 타이브레이커다. 144경기를 치른 삼성과 kt가 76승 9무 59패로 타이를 이뤘다. 상대 전적에서 삼성이 9승 1무 6패로 앞섰지만, 2019년 이후 신설된 타이브레이커 규정에 따라 1위 결정전이 열렸다. 삼성은 선발투수로 원태인을 내세웠다. 그는 "빅게임 피처가 되고 싶다"며 시즌 때 이야기를 했는데, 판이 제대로 깔린 셈이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원태인은 "사실 타이브레이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 한 주에 NC 다이노스전 2경기가 남았다. 최종 2연전에 (백)정현이 형과 뷰캐넌이 던지기로 돼 있었다. 시즌 때 많이 던졌기 때문에 쉬면서 포스트시즌 준비를 생각했다. 조금 놓고 있었다. 무승부가 나오면서 타이브레이커 가능성이 생겼다. 설마설마 했다.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144경기 1년을 정말 선수단 전체가 고생을 많이했는데, 내 투구 하나에 물거품이 돼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 부담이 컸다. 잠도 잘 못 잤다. 긴장된 상태에서 경기를 준비했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삼성은 kt에 0-1로 져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쳤다. 그러나 원태인의 잘못은 아니었다. 원태인은 6이닝 동안 비자책점인 1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 타선이 kt 외국인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로 원태인은 '빅게임 피처'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도쿄올림픽과 타이브레이커, 포스트시즌 등 다양한 큰 무대를 경험한 원태인은 올 시즌 또 한번의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오는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24세 이하, 팀당 최대 3명 선발을 한다. 원태인은 승선 자격이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부담을 덜 수 있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게 원태인의 각오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그는 "내가 올 시즌 못하면 못 나갈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아시안게임 엔트리 승선이 목표다. 도쿄올림픽 때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10승 달성을 위해 2시간 우친 지연 뒤 던진 경기가 있는데, 그 경기 뒤에 몸 상태가 확연하게 떨어졌다.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국내용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경험을 했다. 아시안게임에 간다면, 지난 대표팀에서 경기력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이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우리 삼성이 관중 1위를 했다고 들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고, 팀도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 다가오는 올 시즌도 모든 선수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만큼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보답해드리고 싶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기자명 박성윤 기자, 김성철 기자, 송경택 기자, 박진영 기자 ps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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