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시스 은가누는 레슬링으로 시릴 가네를 잡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했다.
▲ 프란시스 은가누는 레슬링으로 시릴 가네를 잡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육지 포식자(predator)가 아가미를 달았다!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5, 카메룬)가 진화했다. 레슬링과 주짓수 기술로 잠정 챔피언 시릴 가네(31, 프랑스)에게 첫 번째 패배를 안겼다.

은가누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혼다센터에서 열린 UFC 270에서 가네를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가 5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을 거뒀다.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1·2라운드 타격 포인트에서 밀렸으나, 3라운드부터 레슬링으로 가네를 눌러 놓았다. 세 심판의 채점은 48-47, 48-47, 49-26.

종합격투기에선 그라운드 게임을 '깊은 물' 또는 '심해'라고 표현한다. 그래플러들은 곧잘 스트라이커들에게 "깊은 물로 초대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무시무시한 펀치력으로 타격가들을 눕히던 은가누는 아가미를 달았다. 이젠 깊은 물에서도 사냥이 가능한 괴물로 진화했다.

▲ 프란시스 은가누는 UFC에 파이트머니 인상을 요구한다. 또한 복싱 경기 출전을 가능하게 해 달라고 한다.
▲ 프란시스 은가누는 UFC에 파이트머니 인상을 요구한다. 또한 복싱 경기 출전을 가능하게 해 달라고 한다.

은가누는 UFC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서 롱런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 줬다. 전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와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UFC와 원만하게 재계약해야 한다. 은가누는 이번 경기 전부터 UFC에 파이트머니를 인상해 주고 복싱 경기 출전이 가능한 조건을 붙여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은가누는 UFC 271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도 UFC와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단순히 돈 문제는 아니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계약 조건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조건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은가누는 가네와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이트머니 60만 달러(약 7억1600만 원)를 받았다. 50~60만 달러는 UFC 인기 체급 챔피언들이 받는 평균 금액이다.

은가누는 이 조건에 만족하지 못할뿐더러 파이터들의 전체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약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다. 자유롭지 않다.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위치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 모두가 자신에게 최선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파이터들은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일도 다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평하고 공정한 협상이 필요하다."

▲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데이베손 피게레도에게 챔피언벨트를 감아 줬지만, 프란시스 은가누에겐 그러지 않았다.
▲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데이베손 피게레도에게 챔피언벨트를 감아 줬지만, 프란시스 은가누에겐 그러지 않았다.

은가누와 마주치기 싫었을까? 이날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평소와 달랐다.

보통 승패가 가려지면 챔피언이 된 선수들의 허리에 챔피언벨트를 감아 주는데, 은가누에겐 그러지 않았다. 앞선 코메인이벤트에선 데이베손 피게레도에게 벨트를 매어 줬다. 기자회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은가누는 기자회견에서 "모르겠다. 기자 여러분들이 그에게 물어보라. 벨트를 안 감아 줬다는 것에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들의 결정이었다. 나도 물어보긴 하겠다"고 말했다.

UFC의 계약 조건과 대우에 불만을 갖고 대립각을 세운 파이터들은 많지 않았다. 코너 맥그리거나 네이트 디아즈가 대표적. 지난해는 존 존스와 호르헤 마스비달이 파이트머니 인상을 요구했다.

은가누는 가네를 꺾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제 UFC가 은가누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 세계 팬들은 물론 파이터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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