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은 기가 치카제의 급발진에 "진정하고 일단 쉬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 기가 치카제는 경기 후 병원에서 만난 캘빈 케이터와 기념사진을 찍고 '존경'이라는 말을 SNS에 남겼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 김성철 영상 기자] 기가 치카제(33, 조지아)는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가 내게 뭘 할 수 있겠냐?"고 큰소리쳤지만, 랭킹 5위 캘빈 케이터(33, 미국)의 벽도 넘지 못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온 ESPN 31' 메인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케이터에게 0-3 판정패하고 수준 차를 실감했다. 케이터의 전진 압박과 레슬링 싸움에 체력이 빠져 '기가킥'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

세 심판의 채점은 45-50, 45-50, 44-50. 치카제는 단 한 라운드도 따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던 치카제는 겸손해졌다. 경기 후 병원에서 만난 케이터와 기념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존중(Respect)"이라고 썼다. 케이터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에게만 여전히 날카로웠다. 바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34, 코리안좀비MMA)이었다.

▲ 정찬성은 기가 치카제가 패배하자 트위터에 이모티콘을 하나 올렸다. 이게 치카제를 흥분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치카제는 정찬성이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때부터 못마땅해했다. 경기 전, 상대 케이터보다 정찬성과 볼카노프스키에게 더 신경 썼다.

"최근 7경기에서 코리안 좀비는 4승 3패고, 난 UFC 들어와 7승 무패다. 볼카노프스키가 날 피하는 이유다. 이해한다. 볼카노프스키는 이미 죽은 상대와 싸운다. 정찬성은 좀비다. 날 봐라. 새 얼굴이고, 뉴 블러드다. 새롭게 등장한 싸움개고 닌자다. 난 여기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 치카제는 정찬성을 UFC 첫 패배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정찬성이 트위터에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남자 이모티콘'을 올린 것을 보고 갑자기 폭발했다. 인스타그램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더니, 뜬금없이 정찬성에게 총구를 겨눴다.

"진정한 서포터들에게 감사합니다. 모두를 사랑합니다. 여러분을 위해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주변에 가짜들이 많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코리안 좀비는 꺼져! 누군가의 패배에 행복을 느끼는 넌 정말 싸구려 인간이야."

▲ 기가 치카제는 인스타그램에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 다음, 정찬성을 저격했다.

치카제의 급발진에 적잖게 당황한 정찬성은 잠시 후 "진정하고 일단 쉬어"라는 답장을 보냈다.

치카제는 이번 경기에서 잃은 게 많다. 연승이 끊긴 것은 물론, 치명적인 약점도 드러냈다. 전진 압박을 거는 타격가에게 힘겨워했고, 그라운드로 한 번 끌려가자 체력이 급격히 소진됐다.

치카제는 톱 5에 진입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부터 약점을 보완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다. 괜한 분풀이 대상을 찾아 짜증을 낼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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