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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은퇴 투어' 논란? MLB 은퇴 투어에 관하여

작성일: 2022.02.12 16:10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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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노 리베라(오른쪽)의 펜웨이파크 은퇴 투어
▲ 마리아노 리베라(오른쪽)의 펜웨이파크 은퇴 투어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에서 은퇴 투어는 'farewell tour'로 불린다. 직접적으로 '은퇴(retirement)'를 가리키지 않고 '작별(farewell)'을 고하는 '여정(tour)'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강제성이 요구되는 행사는 아니다.

과거에는 딱히 은퇴 투어가 없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지만, 초창기 메이저리그는 야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그저 생계 수단일 뿐이었다. 퇴직하는 근로자가 온갖 사업장을 돌면서 환송회를 하지 않듯, 끝을 앞둔 선수는 담담하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은퇴 투어 형태는 아니었지만, 성대한 은퇴식은 있었다. 1939년 7월4일 루 게릭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ALS)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게릭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6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1927년 우승 동료들도 게릭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게릭은 "오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모두를 울렸다.

뛰어난 선수들이 모두 화려한 은퇴식을 치른 건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면 기량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면 자연스레 관심에서도 멀어진다. 프로의 세계가 냉정한 이유는 비단 비즈니스 때문만이 아니다. 팬들의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시 양키스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미키 맨틀은 마지막 홈 경기 관중이 60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가급적 오래 뛰는 것이 목표다. 42살까지 뛰었던 윌리 메이스는 "최대한 뛰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러다 보니 은퇴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가 다가오는 시점이 되어서야 밝혔다. 한 시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은퇴를 예고하는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도 이러한 사례였다. 1960년 윌리엄스는 9월29일 볼티모어와의 홈 경기 직전에 감독을 찾았다. 그리고 이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보스턴은 양키스와의 시리즈가 남았었지만, 윌리엄스는 뉴욕 원정에 동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윌리엄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본 펜웨이파크 관중은 1만454명에 불과했다. 윌리엄스는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기 전 기립박수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대신 마지막 타석에 홈런을 날림으로써 스스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실 선수들도 은퇴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눈부신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은 초라한 황혼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박수칠 때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생각도 없었다. 통산 601세이브를 기록한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먼은 은퇴 투어에 대해 "내 스타일이 아니다"며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다.

은퇴 투어는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환경의 변화가 더해졌다. 은퇴는 더 이상 부정적으로 위로 받을 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한 선수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공적을 기념하는 일이 됐다. 이 분위기는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은퇴 투어가 나온 시점은 2001년이다. 주인공은 시즌 중반에 은퇴를 발표한 칼 립켄 주니어였다.

립켄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선수였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훌륭했다. 프로 선수의 본보기로, 동료들과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볼티모어를 넘어 메이저리그의 레전드였다. 그래서 립켄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가장 먼저 코미스키파크를 방문한 립켄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그해 올스타전도 립켄을 위한 무대였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립켄에게 유격수를 양보했고, 박찬호는 치기 쉬운 공을 던져 홈런을 내줬다(립켄은 박찬호에게 고맙다고 했다).

립켄을 맞이한 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환대했다. 선물의 내용은 달랐지만, 선물을 주는 마음은 같았다. 특히 양키스는 립켄과 루 게릭의 사진이 담긴 특별한 티켓을 제작했다(둘은 메이저리그 연속 출장 기록을 공유했던 관계다). 립켄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낯설기만 했던 은퇴 투어를 축제로써 즐길 수 있었다.

립켄에 이어 은퇴 투어에 나선 선수들은 몇 명 더 있었다. 크렉 비지오, 치퍼 존스, 토드 헬튼, 마리아노 리베라, 폴 코너코, 데릭 지터 그리고 데이빗 오티스가 타구장에서 축하를 받았다. 애틀랜타 바비 콕스 감독과 버드 셀릭 커미셔너도 은퇴에 앞서 대우를 받았다.

은퇴 투어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다. 축하 행렬에 응하지 않은 팀들도 있었다. 또한 너무 요란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했다. 이는 오히려 선수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오티스도 은퇴 소식을 알리면서 "은퇴 투어를 위해 발표하는 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틀랜타 레전드 치퍼 존스는 현역 시절 뉴욕 메츠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츠는 존스의 마지막 시티필드 시리즈를 정성껏 마련해줬다. 하지만 존스는 전부에게 환영받지는 못했는데, 이를 두고 존스가 한 말이 모든 본질을 꿰뚫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시티필드에 들어섰을 때 그곳엔 여전히 야유가 쏟아졌다. 나의 마지막을 인정하려고 일어서길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열성팬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팀을 위해서만 열광하고, 다른 것들은 그 무엇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커리어 내내 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얼마나 존중받는 적()이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게 프로 선수로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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