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최원준(왼쪽)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최원준(왼쪽)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울산, 김민경 기자] "선동열 감독님 언제까지 계세요?"

두산 베어스 국내 에이스 최원준(28)은 지난달 27일 공 하나를 손에 쥐고 구단 관계자를 찾았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두산 측의 요청으로 투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처음 울산문수야구장에 온 날이었다. 

최원준은 그날 불펜 피칭 일정이 없어 선 전 감독 앞에서 투구를 보일 기회가 없었다. 혹여나 선 전 감독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 그립을 배울 절호의 기회를 놓칠까 싶어 관계자에게 일정을 확인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선 전 감독은 3일까지 두산 스프링캠프 훈련지에 머물 예정이었다. 그날 말고 기회가 없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선 전 감독을 찾아가려 했던 최원준은 안심하고 때를 기다렸다. 

최원준은 지난 1일 불펜 피칭할 때 선 전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60구를 던졌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슬라이더 그립 관련 특강을 들었다. 

최원준은 "선동열 감독님께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감독님께서 던지는 요령이나 그립을 알려주셨고, 어느 손가락에 힘을 많이 주고 던져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했다. 

선 전 감독은 우완이지만 낮은 자세에서 상체를 쭉 끌고 나와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이드암인 최원준에게도 선 전 감독의 노하우가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최원준은 "확실히 감독님이 (던질 때) 팔이 낮다 보니까 나와 공감하는 점이 많았다. 그동안 슬라이더를 던질 때 빠지는 공이 많았는데, 감독님처럼 그립을 잡고 던지면 브레이킹도 좋고 빠지는 공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그립으로 연습해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 전 감독의 슬라이더 특강을 고대했던 이유는 하나다. 최원준의 주 무기가 슬라이더이기도 하고, 최근 피안타율이 높아져 보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최원준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99로 직구, 커브, 체인지업 등 구사하는 구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225로 가장 낮았기에 더더욱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슬라이더 그립 외에도 선 전 감독은 최원준이 고민할 법한 것들을 조언해줬다. 최원준은 "감독님께서 일본에서 익히신 싱커 그립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고, 힘이 떨어졌을 때 던지는 요령도 가르쳐 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최원준은 올해 선발투수로 풀타임 2번째 시즌을 치른다. 지난해는 29경기, 12승4패, 158⅓이닝,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며 국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에이스라는 타이틀에 떳떳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로테이션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최원준은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규정 이닝을 채우고, 10승 이상씩 해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님 스타일도 그렇고 안 좋으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선발투수가) 3명이 정해져 있지만, 3명 다 조금 더 잘 준비하고 긴장하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 전 감독의 노하우를 잘 흡수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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