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더 보여줄 불꽃이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SSG 고효준 ⓒSSG 랜더스
▲ 아직 더 보여줄 불꽃이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SSG 고효준 ⓒSSG 랜더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재계약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상의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만 39세의 선수라면 대개 은퇴를 떠올려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효준(39·SSG)은 포기하지 싫었다. 계속 몸을 만들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11월에도 연락은 없었다. 12월도 마찬가지였다. 1월 초에도 그랬다. 그러나 고효준은 뭐라도 홀린 듯 제주도를 향해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고효준은 “1월 11일에 제주도로 내려갔다. 연락이 올 때까지 준비를 하고 있자는 생각이었다”고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런데 제주공항에 도착한 지 1시간쯤 되는 시점, SSG로부터 연락이 왔다. “1월 15일부터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테스트에 앞서 이틀 정도 훈련을 한 곳은 공교롭게도 SSG의 1군 전지훈련이 열리는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이었다. 고효준은 이 그라운드를 보며 “다시 이 구장에서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이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고효준은 테스트에서 합격했다. 그리고 2월 1일, 팀 동료들과 함께 다시 강창학 야구장을 밟았다. SSG 유니폼을 입은 채였다.

다시 찾은 기회였다. 사실상의 친정팀이자, 자신이 가장 환하게 타오른 그 팀이라 더 남달랐다. 고효준은 “새로우면서도 그냥 집에 온 느낌이라고 할까. 같이 했던 선수들과 있다 보니 캠프도 편안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편안한 환경 속에 몸도 잘 만들었다. 불펜에서 최고 시속 145㎞, 라이브게임에서 최고 146㎞를 때렸다. 고효준은 “페이스가 빠르다.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자제 중이다. 코치님들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했다. 이 베테랑의 간절한 준비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LG 소속으로 1군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고효준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2군 경기에 뛰면서 좋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 괜찮은 상황이었다”면서도 “LG 1군 투수들이 워낙 잘 던지고 있었다. 왼손 투수들도 다 좋았다. 그 선수들만으로도 운영이 충분했다. 인정한다. 나도 이제 사람인지라 지치는 부분은 있었고, 부상을 당한 것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아직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고효준이 두 달 동안 구단들의 연락을 못 받고도 계속해서 끈을 놓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고효준은 “롯데에서 나와 LG에 갈 때도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공이나 몸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이제는 내가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변화구도 조금씩 바꿔 던지고, 포크볼도 그립을 바꿨다. 그간 와인드업을 해서 던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세트포지션에서 약했던 부분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이제 마흔의 선수는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왼손 불펜 투수 중 현재 구위가 가장 좋다”고 칭찬할 정도다. “팀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고효준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미지가 독특한 선수다. 좌완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불꽃의 사나이’이자, 때로는 예측불허의 이미지도 있다. 고효준은 이에 대해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잡은 기회에서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고효준은 “고효준하면 항상 공 하나를 열정적으로 던지고,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끝날 때까지도 세상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던지는 느낌의 투수구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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