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타격왕 경쟁할 때 부담감은 없었나요?"

키움 히어로즈 신인 외야수 박찬혁(19)은 스프링캠프 룸메이트였던 이정후(24)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60을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롯데 전준우(0.348), kt 강백호(0.347)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이정후는 1994년 해태 시절 타율 0.393로 1위에 오른 아버지 이종범(현 LG 2군 감독)과 함께 세계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박찬혁은 이정후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끝까지 잃지 않은 비결이 궁금했다. 그래서 같은 방을 쓰는 김에 타격왕 경쟁 당시 부담감은 없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정후의 답변은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 박찬혁은 "(이)정후 형이 부담감은 없었다고 했다. 무언가를 잡기 위해서 욕심을 부리고 손을 뻗으면 더 멀리 도망간다고 하시더라. 잘하든 못하든 내가 해야 할 몫을 충실히 하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19살 루키에게 이정후는 정말 좋은 교본이다. 이정후는 2017년 1차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144경기,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111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고졸 신인 최초로 전 경기 출전했고, 역대 신인 최다 득점과 최다 안타 기록까지 새로 썼다. 

이정후에게는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5시즌 통산 타율이 0.341(2593타수 883안타)에 이른다. 올해는 연봉 7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6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세웠다. 한화 류현진(현 토론토)이 2011년 기록한 6년차 최고 연봉 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울러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해당 연차 최고 연봉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 박찬혁 ⓒ곽혜미 기자
▲ 박찬혁 ⓒ곽혜미 기자

박찬혁은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1라운드 6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거포 유망주다. 히어로즈를 대표했던 4번타자 박병호(현 kt)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찬혁은 기대를 증명하듯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좌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5-2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정후는 박찬혁이 자신의 뒤를 잘 따라올 수 있게 마음을 쓰고 있다. 박찬혁은 "정후 형이 제일 잘 챙겨주신다. 캠프 때부터 룸메이트라 조언도 잘해 주시고, 장비도 잘 챙겨 주신다. 여러모로 잘 챙겨주신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찬혁의 올해 목표는 1군에서 홈런 10개를 치는 것이다. 그러려면 1군에서 꽤 오랜 기간 버텨야 한다. 그는 "외야수가 푸이그 선수, 정후 형, 이용규 선배까지 강하지만, 내가 백업으로 자리를 잡고 기회를 잘 잡으면 팀도 순위권에 올라갈 수 있고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혁은 이정후의 조언을 따라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내며 10홈런, 나아가 신인왕까지 도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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