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예전의 임무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좌완 장원준(37)을 이야기했다. 장원준은 12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39구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로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노련하게 키움 타자들을 처리해 나갔다. 직구는 최고 구속 139㎞, 평균 구속 137㎞로 아직 완전히 구위가 올라온 상태는 아니었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섞어 던지며 주어진 아웃카운트 6개를 책임졌다. 

김 감독은 "(장원준이) 겨울 동안 준비를 잘했다. 어제(12일)는 공이 좋았을 때만큼은 아니었고, 예전 구속까진 아니었지만 변화구나 모든 면에서 생각한 것보다는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장원준은 올해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슬럼프가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는 선발 보직과 함께 자존심도 내려놓고 원포인트릴리프로 재기를 노렸으나 결실을 보진 못했다. 32경기, 18⅔이닝,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결국 지난 시즌 뒤 두산은 장원준과 재계약하지 않는 쪽까지 고민했다. 장원준은 구단에 한번 더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고, 구단이 제시한 연봉 5000만원에 사인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장원준을 향한 기대치를 묻자 덤덤하게 현실을 짚었다. 2015년 두산과 4년 84억원 FA 계약을 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2016년 통합 우승의 주역이었던 좌완 에이스가 돌아오긴 어렵다고 봤다. 

김 감독은 "(장)원준이한테 구속을 기대하긴 그렇다. 마운드 운영 같은 것을 기대한다. 원준이한테 큰 기대를 한다고 하면 그렇고, 원준이가 해줘야 할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차분하게 자기 몫을 해주면 된다. 예전의 임무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중간(불펜)에서 임무를 이어 가 주면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원준은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개인 통산 129번째 승리를 챙긴 뒤 약 3년 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앞으로도 선발 승을 챙길 기회는 쉽지 않겠지만, 지난해 1세이브, 4홀드를 챙기며 새로운 장원준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두산 3루수 허경민(32)은 최근 장원준을 비롯해 유격수 김재호, 2루수 오재원 등 1985년생 동갑내기 베테랑 선수들이 올해는 활짝 웃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허경민은 "형들이 전성기만큼 퍼포먼스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두산 팬들께는 훨씬 더 박수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세 형들이 꼭 반등해서 박수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재기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지난 4년을 버틴 장원준은 올해는 마운드 위에서 박수를 받으며 내려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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