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와 계약 후 강화 2군 시설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김광현 ⓒSSG랜더스
▲ SSG와 계약 후 강화 2군 시설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김광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4·SSG)은 약 세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불확실성 속에서 보냈다. 스스로는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환경이 달랐다. 이렇게 오랜 기간 소속팀이 없는 건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모두가 지독한 불운이라고 인정했다. 

2021년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이 끝난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비교적 밝은 미래가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특급 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뛸 수 있는 활용성을 가진 김광현이 2년 보장 계약 정도는 무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일부 언론들은 연 평균 700~800만 달러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새 노사단체협약(CBA)을 체결하지 못해 12월 초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대치에 이르렀고, FA 시장도 동결돼 김광현은 움직을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금방 풀릴 것으로 낙관한 사태는 해를 넘겨 3월 초까지도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몸 상태에 문제가 없어 훈련이야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2월이 넘어가자 조바심이 더 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조심스러워했지만, 김광현이 오히려 주위 관계자들에게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안심시켰다. 그는 ‘다른 특급 FA 선수들도 계약을 못한 상황이고, 나도 계약을 하지 못한 수많은 선수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며 조급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고, 불운도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묵묵하게 해야 할 것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기다렸다.

김광현 측 관계자들은 이번 오프시즌 “김광현의 멘탈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비시즌 훈련을 도운 팀 선배 윤희상도 “그냥 김광현다웠다”는 말로 찬사를 보냈다. 그런 김광현은 친정팀 SSG의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4년 총액 151억 원) 제안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스스로 판단을 내렸고, 마지막까지 대담하게 결정을 했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SSG와 계약을 맺은 직후 직장폐쇄가 풀려 FA 선수들이 속속 계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김광현도 충분히 생각을 한 뒤 내린 결정이라는 게 주위의 이야기다. 김광현 또한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인데, 돌아오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월 초까지도 해외 에이전트와 계속 연락을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폐쇄가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면서 실타래는 한 번에 풀렸다. 마지막까지도 어른스럽게 자기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언젠가 돌아와야 할 무대라면, 지금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김광현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SSG와 계약을 하면서 미련은 태평양에 두고 왔다. 김광현은 “‘우승을 하려면 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가장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 또한 새로운 팀 ‘SSG랜더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그려봤는데, 상상해보니 감동적이었다”면서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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