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팀에서 가장 출근 시간이 빠른 선수는 추신수”라고 귀띔했다. 추신수는 저녁 경기로 열린 지난 21일 인천 LG전(시범경기)을 앞두고 오전 11시 이전에 경기장에 나와 자신의 루틴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하우스는 선수들에게는 ‘집’이나 마찬가지다. 시즌 중 하루에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 오히려 진짜 자택에서는 잠만 자고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들이 장시간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시설의 편의성과 쾌적함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클럽하우스 시설이 엉망이라면 당연히 야구장에 늦게 가고 싶고, 일찍 퇴근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SSG 선수들은 요새 출근이 빨라지고 있다. 경기장에 있는 시간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SSG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기존 클럽하우스 시설을 사실상 철거하고, 새롭게 공간 계획을 해 클럽하우스 시설을 리뉴얼했다. 소요 비용만 40억 원 중반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취재진에게 공개한 클럽하우스는 디테일과 자신감을 모두 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휴식 공간이다. 선수들이 훈련을 한 뒤 경기장에 나가는 시간까지 중간에 뜨는 시간이 많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신체적이나 정신적 컨디션을 모두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공간도 확보되어야 하고, 그 공간에 들어갈 시설도 중요한 이유다.
SSG는 이번 리뉴얼에서 기존의 샤워 시설을 대폭 보강했다. 경기 전후 선수들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공사에는 야구단이 아닌, 모기업인 신세계이마트 그룹 직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스타필드 아쿠아 시설을 만들 당시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를 비롯한 선수들도 이 시설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탕이 좋은 게 아니라, 경기 전후 선수들이 이 시설에 모여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의 시설이 문화를 바꾸는 대표적인 사례다. 클럽하우스는 물론, 수면실도 대폭 확장해 선수들의 휴식을 돕는다. 체력단련실도 선수들의 요청 사항 위주로 보강을 마쳤다.
경기장에 일찍 나가도 훈련 뒤 언제든지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선수단도 부담 없이 빠르게 출근할 수 있다. 빠르게 출근하는 선수들이 많아질수록 소통이 더 잦아지게 되고, 그런 소통은 나머지 선수들의 출근 시간도 당겨놓는 효과가 있다. 주로 혼자 사는 젊은 선수들의 출근 시간이 빨라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베테랑 선수들도 이전보다 더 빨리 나와 운동을 서둘러 끝내고 휴식을 취한다. 선수단의 ‘하루 루틴’ 자체가 완벽하게 바뀌는 대변혁이다. 무시할 수 없는 효과다.
이런 시설에 국내 구단은 물론 해외 구단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SSG 고위 관계자는 “돔구장을 짓고 있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구단이 우리 클럽하우스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도 영상이나 VR 자료, 사진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몇몇 국내 구단들도 견학을 요청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정 때문에 일단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다”고 했다. 추후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지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SSG의 시설 투자가 선수들의 의식과 선수단의 문화까지 다 바꿔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FA 영입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