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1, 고려대)이 부츠 문제로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을 기권했다. '맏형' 이시형(22, 고려대)은 쇼트프로그램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최종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차준환은 26일 저녁(한국시간) 프랑스 몽펠리에 수드 드 프랑스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인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공식 연습을 마친 뒤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국 기권했다.
차준환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라보앤뉴는 차준환이 26일 저녁(한국시간)으로 예정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기권했다"고 전했다.
이어 "차준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마치고 부츠 4개를 번갈아 착용하며 교체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신형으로 출시된 새로운 부츠에 적응하기 보다는 기존의 부츠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현지 공식 연습에서 오른쪽 부츠의 힘을 받쳐주는 끈을 거는 고리가 떨어져 나갔다. 브라보앤뉴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결국 오른쪽 부츠의 발목 부분이 부러져 플라스틱을 덧대 긴급히 수선을 하고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현지 첫 공식연습에서 부츠가 충분히 힘을 받아주지 못해 끈을 거는 고리마저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현지에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이사이자 국제 심판인 이수경 팀 리더는 "공식 연습 때까지 스케이트를 타 봤지만 도저히 부츠가 4회전 점프를 받쳐주지 못해 기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라보앤뉴도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부츠 상태를 확인하며 상의한 끝에 정상적인 프로그램 수행이 불가능하고 부상의 위험도 있어 기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 5위에 오른 차준환은 결국 세 번째 세계선수권대회를 아쉽게 마쳤다. 지난 2019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는 19위, 지난해에는 10위를 차지했다.

차준환의 '고장난 부츠'는 오랫동안 그의 경기에 도움을 줬다. 주니어 시절부터 차준환은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문제로 고생했다. 이번에 망가진 부츠도 발에 꼭 맞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신어온 부츠와 비교해 착용감이 좋았다.
차준환은 이 부츠를 신고 지난 1월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또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5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굵직한 대회에서 차준환을 받쳐 준 부츠는 올림픽이 끝난 뒤 오른쪽 발목 부분이 꺾어졌다.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고리마저 떨어져나가 생명을 다했다.
개인 최고 점수를 받으며 쇼트프로그램 13위에 오른 이시형은 기술점수(TES) 65.91점 예술점수(PCS) 74.8점 감점(Deduction) 2점을 합친 138.71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86.35점과 합친 총점 225.06점을 기록한 이시형은 최종 18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받은 그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자 24명 가운데 12번째로 빙판에 등장했다.
이시형은 첫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 착지 과정에서 빙판에 주저 앉았다. 이어진 트리플 악셀에서도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출발은 불안했지만 남은 요소는 큰 실수 없이 해냈다. 그러나 프로그램 초반에 배치된 기술점수가 높은 점프를 모두 놓친 그는 실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은 유영(18, 수리고)이 5위, 이해인(17, 세화여고)이 7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2명 동시 톱10'을 달성했다. 한국 여자 피겨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 3장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ISU 규정에 따르면 같은 국적 출전 선수 2명의 순위를 합친 숫자가 '13' 이하일 경우 다음 대회 출전권 3장이 주어진다. 그러나 14위에서 28위 사이일 경우에는 2장, 28을 넘어가면 1장으로 줄어든다.
한국 남자 피겨는 차준환이 기권을 선언했고 이시형이 18위에 그쳤다. 규정상 한국 남자 싱글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이 2장에서 한 장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차준환이 세계선수권대회 '톱10'을 달성하며 한국 남자 피겨는 처음으로 이 대회 출전권 2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차준환이 기권, 이시형이 18위에 그치며 다음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은 한 명만 출전할 수 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우노 쇼마(일본)는 312.48점으로 이 대회 첫 정상에 등극했다. 2위는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 유마(일본, 297.6점)가 차지했다. 277.38점을 받은 빈센트 저우(미국)는 동메달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