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의 두 번째 UFC 챔피언 도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 정찬성의 두 번째 UFC 챔피언 도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스포티비뉴스=잭슨빌, 이교덕 기자] 정찬성(35, 코리안좀비MMA)이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3, 호주)의 벽에 막혀 페더급 챔피언벨트를 아쉽게 놓쳤다. 한국인 최초 UFC 챔피언의 꿈이 무산됐다. 

UFC 페더급 4위인 정찬성은 10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베터런스메모리얼아레나에서 열린 UFC 273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45초 레퍼리 스톱 TKO로 패했다.

볼카노프스키는 타격과 레슬링에 두루 출중한 레슬라이커 스타일. 옥타곤 10승 가운데 7승을 판정으로 챙길 만큼 경기 운용 능력도 탁월한 챔피언이다.

정찬성은 신중했다. 오소독스 포지션으로 서서히 자기 거리를 물색했다. 근접 상황에선 불꽃이 튀었지만 초반은 탐색전으로 임했다. 

1라운드 3분 10초쯤 볼카노프스키에게 묵직한 원투 펀치를 내줬다. 유효타 수에서 8-21로 밀렸다. 이후 클린치 싸움. 상대 발기술에 톱 포지션을 내줬지만 금세 회복했다. 라운드 종료 직전 두 번의 다운으로 적 기세를 올려준 게 아쉬웠다.

에디 차 헤드코치는 "조금 얼어 있다"며 긴장을 풀 것을 주문했다. 페이크 공격을 섞어가며 제 경기를 펼치라고 지시했다.

2라운드 정찬성이 연이어 로 킥을 꽂았다. 속임 동작 횟수를 늘리면서 기회를 엿봤다. 2라운드 2분대엔 프론트 킥을 잇달아 맞혔다. 

▲ 볼카노프스키에게 정타를 허용한 정찬성. ⓒ잭슨빌, 이교덕 기자
▲ 볼카노프스키에게 정타를 허용한 정찬성. ⓒ잭슨빌, 이교덕 기자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는 만만찮았다. 라운드 종료 2분 11초 전 기습적인 라이트훅과 태클로 정찬성 중심을 무너뜨렸다. 정찬성에게 '거리'를 주지 않는 앞손이 인상적이었다. 스피드와 힘 모두 일품이었다. 2라운드 막판에는 태클 1회를 더 뺏어 승기를 쥐었다.

3라운드 초반 정찬성이 '리치의 우위'를 활용했다. 앞손으로 툭툭 건들면서 전진한 뒤 근거리 빠른 연타로 실마리를 풀어갔다. 앞서 2개 라운드와는 다른 온도를 보였다.

4라운드 45초에 허브 딘 심판이 경기를 멈췄다. ⓒ잭슨빌, 이교덕 기자
4라운드 45초에 허브 딘 심판이 경기를 멈췄다. ⓒ잭슨빌, 이교덕 기자

볼카노프스키에게 앞손을 맞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실사판 '좀비 모드'였다. 그러나 라운드 막판 펀치 파운딩을 허용해 위기를 맞았다. 챔피언 거리 싸움이 워낙 탁월해 스텝을 앞쪽으로 밟으면 곧장 카운터가 날라왔다. 3라운드가 끝났을 때 정찬성 얼굴이 피멍투성이가 됐다. 결국 4라운드 초반 레퍼리가 경기를 중단했다. 레퍼리 스톱 TKO로 생애 두 번째 타이틀전을 마감했다.

정찬성의 정상 도전사는 험난하다. 2013년 8월 조제 알도와 첫 타이틀전에서 패한 그는 병역 의무를 위해 잠시 옥타곤을 떠났다.

"링러스트는 허구"라고 외친 정찬성은 2017년 2월, 4년 만에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TKO로 꺾고 자기 말을 증명했다.

하지만 여정 곳곳에 세찬 물살이 굽이쳤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극찬과 함께 UFC 125주년 대회 메인이벤터로 나섰지만 야이르 로드리게스에게 경기 종료 1초를 남겨 두고 엘보 KO 패를 당했다.

충격패는 정찬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정찬성은 사비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파이트레디 체육관을 찾았고, 이곳에서 에디 차 타격 코치와 에릭 알바라신 레슬링 코치 등을 만났다.

미국에서 훈련한 정찬성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랭킹 5위 헤나토 모이카노와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키 에드가를 연달아 1라운드 TKO로 잡고 타이틀 도전권에 재차 다가섰다.

그리고 마주한 브라이언 오르테가 전. 화이트 대표는 이 경기 승자가 챔피언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을 치를 것이라고 경기 전 공언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못 넘고 타이틀 도전 꿈이 좌절됐다. 2라운드 백스피닝엘보를 허용한 뒤 급속히 경기력이 떨어졌다. 결국 만장일치 판정으로 고개를 떨궈 다시 먼 길을 돌 채비를 차렸다.

지난해 6월 난적 댄 이게를 잡고 분위기를 추스른 정찬성은 맥스 할로웨이 낙마를 계기로 커리어 두 번째 타이틀 샷을 거머쥐었다.

볼카노프스키 호출에 응답해 4월 10일 플로리다 스케줄을 확정했다. 지난 7일 미디어 데이에서 "이번이 마지막 타이틀 도전이다. 대한민국 격투기 역사를 새로 써보고 싶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올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챔피언의 벽은 높고 단단했다. 이제 다시 한 번 상위 랭커와 싸우고 타이틀 샷을 기다리며 2전 3기 신화를 노려야 한다. 통산 전적은 17승 7패.

정찬성을 제물로 페더급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한 볼카노프스키는 MMA 21연승, 옥타곤 11연승을 완성했다. 할로웨이와 3차전, 헨리 세후도와 슈퍼 파이트, 오르테가와 리매치 등 다양한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됐다. 총 전적은 24승 1패.

▲ 알저메인 스털링이 '반칙승 논란'을 딛고 밴텀급 챔피언벨트를 지켰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 알저메인 스털링이 '반칙승 논란'을 딛고 밴텀급 챔피언벨트를 지켰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찜찜한 챔피언' 오명…실력으로 눌렀다 

알저메인 스털링(32, 미국)은 '찜찜한' 챔피언이다. 지난해 3월 밴텀급 챔피언 페트르 얀(29, 러시아)을 잡고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았지만 뒷말이 많았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얀에게 밀렸다. 기습 태클은 모두 막혔고 킥과 펀치는 계속 허용했다. 3라운드 얀 보디 킥이 복부에 꽂히자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4라운드 종료 30초를 남기고 천운이 따랐다. 얀이 앉아 있던 스털링 얼굴에 니킥을 날렸다. 4점 포지션에서 적중한 니킥이라 명백한 반칙이었다.

결국 경기는 4라운드 4분 29초 스털링 반칙승으로 끝났다. 조금은 허무하게 새 밴텀급 챔피언 등극을 알렸다. 스스로도 "이렇게 경기가 끝나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13개월 만에 통합 타이틀전으로 다시 만난 둘은 전면전을 피했다. 1라운드는 탐색전. 5라운드 경기인 만큼 초반은 낮은 템포로 임했다.

2라운드 스털링이 포문을 열었다. 테이크다운 디펜스(TD) 성공률 90%에 육박하는 얀 허리를 잡아채 백 포지션을 확보했다. 3분 넘는 콘트롤타임을 획득하며 유효타를 쌓았다. 중간중간 초크도 섞어 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두 번째 라운드를 압도적으로 끝냈다.

3라운드도 비슷했다. 라운드 2분쯤 스털링이 스탠딩 상황에서 주먹을 섞다 기습 태클로 또다시 얀 등을 장악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졌지만 현 챔피언이 승기를 확실히 쥐었다.

2, 3라운드를 뺏긴 얀이 4라운드 들어 공세를 높였다. 적극적으로 전진 스텝 밟고 원투 펀치와 백 포지션을 노렸다. 라운드 중반 스털링 태클을 방어하며 이전과는 다른 전개를 꾀했다. 4라운드 전체 타격(47-5) 유효타 수(13-5)에서 월등한 수치를 남겼다.

그러나 5라운드 다시 주도권이 스털링에게 넘어갔다. 전략의 승리였다. 적극 맞싸우지 않고 페이크 태클과 안면을 노린 펀치로 시간을 벌었다. 얀이 막판 힘을 냈지만 승세를 뒤집기엔 모자랐다.

결국 브루스 버퍼 장내 아나운서의 "스틸(Still)"이 잭슨빌에 울려퍼졌다. 2-1 판정으로 스털링이 왕위를 수성했다.

▲ 함자트 치마예프(오른쪽)가 UFC 2위 랭커를 잡고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에게 도전할 초석을 놓았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 함자트 치마예프(오른쪽)가 UFC 2위 랭커를 잡고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에게 도전할 초석을 놓았다. ⓒ 잭슨빌, 이교덕 기자

UFC 2위마저 격침…'웰터급 괴물' 탄생

톱 5 상위 랭커에게 랭킹은 낮은데 실력이 좋은 젊은 파이터는 기피 대상이다. 괜히 싸웠다가 덜미를 잡히면 타이틀 도전 경쟁에서 멀어지는 탓이다. 

함자트 치마예프(27, 스웨덴)가 딱 그런 존재였다. 2018년부터 10승 무패를 달리는 무서운 신예. 2020년에만 존 필립스, 리스 맥키, 제랄드 머샤트를 차례로 눕혀 웰터급 대표 신성으로 떠올랐다.

세 선수를 꺾는 데 소요한 시간은 단 66일. 지난해 10월에는 복병 리징량을 레슬링으로 굴리다가 경기 시작 3분 16초 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이겼다. 랭킹은 11위지만 모두가 꺼려 하는 미래 슈퍼스타 재목이다.

UFC 랭킹 2위 길버트 번즈(35, 브라질)마저 잡아냈다. 생애 첫 판정승을 세계 최고 주짓떼로를 상대로 거뒀다. 

치마예프가 초반부터 몰아붙였다. 엄청난 완력으로 번즈를 질질 끌고다녔다. 스탠딩 상황에서도 대각선으로 뻗는 양손 훅이 위력적이었다. 1라운드 종료 49초 전 앞손, 2라운드 3분 4초께 라이트훅이 대표적. 

번즈는 킥을 실마리로 삼았다. 묵직한 카프킥, 보디킥 조합으로 태클 타이밍을 주지 않았다. 타격전으로 흐름을 몰고 기회를 엿봤다. 

2라운드 중반 기습 카운터 뒤 유효타를 퍼부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라운드가 끝났을 때 유효타 수에서 93-67로 역전했다. 종료 호른 소리를 못 듣고 펼친 신경전도 경기장 온도를 크게 올렸다.

3라운드 들어 치마예프가 기세를 높였다. 꾸준히 잽을 던진 효과를 톡톡이 봤다. 베테랑 번즈도 만만찮았다. 클린치 모드로 체력을 회복하고 계속 스텝을 밟으며 경기를 백중세로 끌고갔다. 

저지 3인 판단은 치마예프였다. 세 명 모두 29-28을 채점표에 새겼다. 

치마예프는 UFC 데뷔 5경기 만에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 아성에 도전할 토대를 마련했다. 대어를 낚으면서 웰터급 랭킹 수직상승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옥타곤 5연승과 MMA 11승 무패 전적을 이어 갔다.

지난 7월 스티븐 톰슨을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고 연승을 노렸던 번즈는 무패 신예에게 고개를 떨궜다. 총 전적은 20승 5패로 바뀌었다.

■ UFC 273 결과

-메인 카드

[페더급 타이틀전]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vs 정찬성
[밴텀급 타이틀전] 알저메인 스털링 vs 페트르 얀
알저메인 스털링 5R 종료 2-1 판정승(48-47, 47-48, 48-47)
[웰터급] 길버트 번즈 vs 함자트 치마예프
함자트 치마예프 3R 종료 3-0 판정승(29–28, 29–28, 29–28)
[여성 스트로급] 맥켄지 던 vs 티샤 토레스
맥켄지 던 3R 종료 2-1 판정승(28–29, 29–28, 29–28)
[라이트급] 빈스 피첼 vs 마크 마드센
마크 마드센 3R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29–28)

-언더 카드

[웰터급] 이안 개리 vs 다리언 윅스
이안 개리 3R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29-28)
[미들급] 앤소니 에르난데스 vs 조시 프렘드
앤소니 에르난데스 3R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29-28)
[여성 밴텀급] 아스펜 래드 vs 라켈 페닝턴
라켈 패닝턴 3R 종료 3-0 판정승(29-28, 29-28, 29-28)
[웰터급] 미키 갈 vs 마이크 말로트
마이크 말로트 1R 3분 41초 펀치 TKO승
[헤비급] 알렉세이 올레이닉 vs 재러드 반데라
알렉세이 올레이닉 1R 3분 39초 넥 크랭크 서브미션승
[여성 스트로급] 피에라 로드리게스 vs 케이 핸슨
피에라 로드리게스 3R 종료 3-0 판정승(29-28, 29-28, 29-28)
[밴텀급] 훌리오 아르세 vs 다니엘 산토스
훌리오 아르세 3R 종료 3-0 판정승(30-27, 30-27, 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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