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되는' 전반기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족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홀드 1위는 지키고, 팀 순위는 역전한다. 키움의 불패 투수 김재웅은 후반기를 앞두고 이렇게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재웅은 21일 전반기를 돌아봐 달라는 말에 "엄청 잘했다. 내 생각보다 더 잘했다. 말도 안 되는 성적"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23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이 시즌 첫 피홈런으로 깨졌던 순간(8일 NC전 권희동 솔로 홈런)에 대해서는 "오히려 속 시원했다. 홈런 맞고 웃었다. 여기서 깨졌구나, 싶어서"라고 말했다.
41경기 23홀드 평균자책점 1.11이라는 놀라운 성적 덕분에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나갔다. 김재웅은 "(안)우진이랑 얘기하면서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했다. 전반기 마지막 SSG와 시리즈도 관중이 많이 오셔서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며 '큰 경기 경험'을 미리 쌓은 것 같다고 했다.
올스타전에서는 홀드왕 경쟁자인 LG 정우영(21개)에게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김재웅은 "내가 정우영에게 홀드 좀 천천히 하라고 했다. 타이틀 욕심은 분명히 있다. 지금 1등이니까. 팀이 봤을 때도 개인 타이틀 보유 선수가 있으면 좋고, 팀도 더 많이 이길 수 있으니까 좋은 것 아닌가"라고 얘기했다.

풀타임 필승조는 처음인 김재웅이지만 사실 지난해도 후반기에는 올해만큼이나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작년 후반기 29경기 성적이 11홀드 평균자책점 1.65, 덕분에 올 시즌을 필승조로 시작할 수 있었다. 김재웅에게 이 달라진 대우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묻자 "나는 나갈 때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일만 신경 쓰는 편이다. 점수 차나 상대 타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키움 불펜 운영의 특징인 1이닝 책임제에 대해서는 "투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게 좋은 것 같다. 야구 실력이 더 느는 것 같다.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오면 내가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한 것 아닌가. 여러 타자를 상대하다 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키움은 김재웅 외에도 문성현(1.57)과 이승호(1.89)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며 7회 리드시 46경기 무패(45승 1무) 기록을 합작하고 있다. 덕분에 전반기를 2위로 마칠 수 있었다. 전반기 막판 선두 SSG에 연패하며 2.5경기 차가 4.5경기 차로 벌어졌지만 여전히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단에 퍼져 있다.
김재웅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반기 막판에 몰아서 나가면서 지쳤었는데 올스타 브레이크가 길어지면서 충전이 다 됐다. 100% 넘게 충전이 됐다"며 "후반기 목표는 팀의 정규시즌 1위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