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후배들에게 그래도 '좋은 선배였다. 멋있는 형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

뱉은 말을 지켰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가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역전승과 함께 6위 도약을 이끌었다. 김재호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KBO리그 역대 85번째로 개인 통산 600득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두산은 6-5로 이겼다. 

김재호는 올해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지만, 전반기 막바지부터 조금씩 자기 페이스를 되찾고 있었다. 꾸준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몸이 풀리자 과거로 돌아간듯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고,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적재적소에서 안타와 볼넷을 얻어 출루해 물꼬를 터줬다. 

김재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3년 25억원에 FA 재계약을 했다. 다음 시즌 뒤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데, 선수 생활을 더 이어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재호는 어찌보면 후배들보다 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단지 베테랑이라서가 아니라, 후배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라인업에 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김재호는 "솔직히 지금 100%로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다. 팀에서 배려를 해줘서 그나마 체력이 남을 때 경기를 내보내 주고 계신다. 앞으로 언제 은퇴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경기를 많이 나갈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그래도 '좋은 선배였다. 멋있는 형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각오대로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김재호는 이날 공격, 수비, 주루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3으로 끌려가던 5회초 호수비를 보여줬다. 1사 1루에서 이학주의 타구가 3-유간으로 빠지기 전에 몸을 던져 낚아챘고, 거의 뒤로 누워 있는 상태로 2루에 송구해 선행주자 정훈을 잡았다. 이 타구가 빠졌더라면 추가 실점과 함께 롯데로 분위기가 완전히 기울 수 있었다. 

5회말에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날리며 상대 선발투수 이인복을 흔들었다. 다음 타자 안재석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쳐 무사 2, 3루 기회로 연결했고, 김태근과 안권수가 연달아 적시타를 쳐 3-3 균형을 맞췄다. 

6회말에는 김재호의 전력질주가 없었다면, 대타 김인태의 역전 3점 홈런도 나올 수 없었다. 1사 1, 2루 기회에서 롯데는 마운드를 김도규에서 구승민으로 교체하며 실점을 막으려 했다. 김재호는 유격수 쪽 깊은 땅볼을 쳤는데, 병살을 막기 위해 1루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다. 덕분에 2사 1, 3루 기회로 이어져 대타 김인태 카드를 낼 수 있었다. 김재호는 2루까지 훔치며 롯데 배터리를 압박해줬고, 김인태는 우월 3점 홈런을 날리며 6-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재호는 최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개인성적만 생각하면 기록이 남지만, 팀을 생각하면 우승을 한다. 개인 성적만 생각하면 팀이 약해질 확률이 높다. 팀이 잘돼야 나도 그 일원으로서 잘 나갈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 아무래도 우리도 선수층이 계속 한 명씩 빠져 나가다 보니까 채울 수 있는 한계점이 조금식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후배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잘 버텨나가는 게 앞으로 우리 팀의 숙제인 것 같다"고 했다.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김재호. 그의 바람대로 올 시즌 마지막 순간 후배들과 함께 5강 진출 티켓을 확보한 뒤 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후반기 초반 일단 기적을 위한 작은 물꼬는 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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