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제아 자비스(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자신의 머리를 맞히고 괴로워하고 있는 카이덴 셸턴을 포옹으로 위로하고 있다. ⓒESPN 중계화면 갈무리
▲ 아이제아 자비스(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자신의 머리를 맞히고 괴로워하고 있는 카이덴 셸턴을 포옹으로 위로하고 있다. ⓒESPN 중계화면 갈무리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상대 타자의 머리를 맞힌 투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1루로 도착한 타자는 이내 마운드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진 포옹.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박수와 환호로 둘의 뜨거운 우정을 응원했다.

미국 ESPN과 CBS스포츠, 야후스포츠 등 주요 외신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지역의 한 리틀야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모두 “올해 열린 리틀야구 경기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는 찬사를 잊지 않으면서였다.

사연은 이날 텍사스 동부와 오클라호마가 맞붙은 사우스웨스트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비롯됐다. 이제 막 플레이볼이 선언된 1회말 오클랜드의 공격. 텍사스 동부 선발투수 카이덴 셸턴이 2사 1·2루 위기에서 상대 타자 아이제아 자비스에게 몸쪽으로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런데 마음먹고 던진 이 직구가 자비스의 헬멧으로 향하고 말았다. 헬멧은 순간적으로 벗겨졌고, 자비스는 쓰러진 채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이 사구는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비스는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1루로 걸어갔다. 교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마운드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구를 던진 셸턴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자비스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눈치였다.

▲ 아이제아 자비스(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머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ESPN 중계화면 갈무리
▲ 아이제아 자비스(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머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ESPN 중계화면 갈무리

잠시 정적이 흐르던 순간. 더욱 놀라운 장면은 그다음 연출됐다. 1루에서 머물던 자비스가 마운드로 향한 것이다. 물론 화를 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사구로 마음 아파하는 셸턴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조심스럽게 마운드로 다가간 자비스는 셸턴을 꼭 안아주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위로는 모두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이를 본 텍사스 동부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로 향해 둘을 둘러쌌고, 여기저기에서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셸턴 역시 자비스와 잠시 대화를 나누며 안정을 찾았다.

이 장면을 두고 야후스포츠는 “자비스는 셸턴에게 ‘넌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날 경기를 찾은 관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잠시 중단된 뒤 재개된 이날 경기는 텍사스 동부의 9-4 승리로 끝났다. 오클라호마는 올 시즌을 마쳤고, 텍사스 동부는 다음 무대로 향했다. 그러나 승패보다 중요한 감동을 남긴 이날 경기를 놓고 야후스포츠는 ”자비스와 셸턴이 만들어낸 순간은 올 시즌 리틀리그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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