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승한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안승한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선수 몸이 아니더라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포수 안승한(30)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시즌 뒤 kt에서 방출된 안승한을 입단 테스트를 거쳐 영입했다. 장승현(28), 박유연(24), 최용제(31) 등과 경쟁을 붙일 계획이었다. 김 감독은 안승한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1군 스프링캠프에 불렀는데, 몸 상태가 준비 안 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2군 스프링캠프로 보냈다. 당시 안승한의 몸무게는 100㎏에 육박했다.

김 감독은 "선수의 몸이 아니었다. 갓 서른을 넘긴 선수가 아저씨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살이 찐 것을 떠나서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안승한은 절실하게 땀을 흘리면서 첫인상을 바꿔 나갔다. 당시 2군에서 훈련을 이끌었던 조경택 배터리코치는 "kt에서 막 왔을 때 살도 찌고 움직임도 둔했다. 그런데 성실하고 애가 괜찮더라. 연습을 많이 시켰는데, 적은 나이도 아닌데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냈다. 성실하게 잘 따라와 주고, 본인이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마음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안승한은 "살이 쪄서 두산에 온 게 아니라. kt 시절에 원래 그 몸무게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때 당시에 감독님께서 살을 빼라고 하셨는데, 빼니까 많은 도움이 됐다. 몸이 가벼워지니까 확실히 움직일 때 더 편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것도 많이 도움이 됐다. 처음에 몸무게가 99㎏ 정도였다면, 지금은 9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조금씩 더 빼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력 외로 분류됐던 안승한은 전반기 막바지부터 1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0일 1군의 부름을 받은 뒤로는 팀의 2번째 포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팀과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아 투수와 호흡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공격적인 볼 배합과 도루 저지 능력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5경기에서 타율 0.348(23타수 8안타), 7타점을 기록하며 타석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 코치는 "시즌 초반에는 4번째 포수도 아니고 열외가 됐다. 그래서 (안)승한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2군에서 1군에 올릴 때 순서가 있는데, 그 순번에 들지 못하니까. 그 와중에도 승한이는 열심히 했다. 그래서 좋은 기회가 갔고, 운도 잘 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승한이의 바뀐 모습을 보고 좋게 보신 것 같다. 2군에 있을 때 자꾸 팔을 옆으로 던지려 했던 것도 교정하고, 스텝 훈련도 따로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안승한은 "절실한 것도 절실한 건데, 2군에서 또 3군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래도 한 번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산에서 뽑아주셨을 때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1군에서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안승한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안승한 ⓒ 두산 베어스

이어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2번 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승현이, (박)유연이, (최)용제 등 좋은 포수가 팀에 많다. 계속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아직 포수로서 투수와 호흡이 부족한 것 같다. 포수는 방망이는 2번째라고 생각해서, 수비에서 더 안정적이어야 할 것 같다. 또 내 스타일이 공격적이라 더 안타를 맞는 것 같다. 우리 투수들 구위가 좋아서 빨리 승부하려 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 말 들으면서 수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완할 점들을 짚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난 7월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을 꼽았다. 두산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한 날이었다. 선발투수 로버트 스탁의 7이닝 2실점 호투를 이끌고, 8-5 승리의 발판이 된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맹활약했다. 

안승한은 "그날 이기기도 했고, 안타도 치고, 2타점도 기록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선발로 나간 경기를 이겨서 행복했다. 그 뒤로는 나가서 안타 2개를 치든, 4개를 치든 경기를 졌다. 확실히 팀이 이겨야 좋고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2022년은 안승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안승한은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지난해 방출도 되고, 많이 좌절했다. 그런데 두산에서 기회를 주셨고, 이렇게 할 줄은 몰랐으니까. 잊을 수 없는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방출 포수'라는 수식어는 안승한이 초심을 잃지 않게 한다. 그는 "맞는 말이니까 받아들이려 한다. 없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잘 받아들이고 있다. 방출 포수라는 말을 들으면 또 초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두산은 1일 현재 시즌 성적 47승63패2무로 8위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5강은 어려워진 상황. 그래도 안승한을 비롯한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더 많은 승리를 챙기기 위해 노력하려 하고 있다. 

안승한은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하고 싶다. 내가 나가는 경기에서 이기면 더 좋겠지만, 내가 안 나가도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순위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포기 안 하려 한다. 올해만 있는 게 아니고 내년도 있으니까. 이기는 경기를 가능한 많이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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