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혜성, 은원 같은 선수 한명만 더”…폐교 위기의 야구부로 향한 이유

작성일: 2022.09.06 06:10 최민우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202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왼쪽)과 한화 이글스 정은원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202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왼쪽)과 한화 이글스 정은원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김)혜성이랑 (정)은원이 같은 선수 한 명만 더 키워보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과 한화 이글스 정은원은 유격수와 2루수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제자들이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장면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힌 이가 있다. 바로 덕적고 정재준 코치다.

김혜성과 정은원의 은사로 알려진 정 코치는 현재 덕적고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75㎞ 떨어진 덕적도에 있는 덕적고는 얼마 전까지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야구부 창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 코치는 과거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포수 출신 장광호 감독 권유로 덕적고에 합류했다.

▲덕적고 정재준 코치가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고척, 최민우 기자
▲덕적고 정재준 코치가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고척, 최민우 기자

키움과 한화의 경기가 열린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정 코치는 “제자들이 맞대결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혜성이가 초대해서 경기장에 오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김혜성과 정은원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 새끼들이 잘하고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이 맛에 유니폼을 입고 코치 생활을 하는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정 코치는 고교시절 김혜성과 정은원을 진심을 다해 지도했다. 김혜성은 동산고에서, 정은원은 인천고에서 함께 했다. 정 코치는 선수들에게 하루 펑고 1000개를 쳤다. 반복된 훈련만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옥의 펑고’였는데, 제자들은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덕적고에서도 지옥의 펑고는 계속된다. 정 코치는 “훈련양이 많은 편이다. 나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계속 펑고를 치고 같이 뛰어다니다보니 살이 찌질 않는다. 그래도 제자들의 실력이 느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덕적고 선수들도 멋진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혜성이와 은원이 같은 선수 한 명만 더 키워낸다면, 기분 좋게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자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도시 학교와 비교하면 덕적고의 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진심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 환경과 차단된 덕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정 코치와 좋은 추억을 나눈 김혜성과 정은원은 “선수들이 코치님을 믿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산고 시절 김혜성(왼쪽 세 번째)이 정재준 코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정재준 코치 제공
▲동산고 시절 김혜성(왼쪽 세 번째)이 정재준 코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정재준 코치 제공

김혜성은 “정 코치님은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더 단단하게 해주신 분이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지치는 일상이 반복됐다. 돌아보면 추억인데 그땐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실력은 많이 늘었다. 나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코치님 덕분에 이렇게 내야수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원 역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도망 다니기도 했다. 붙잡혀서 마지 못해 펑고를 받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차피 할 일인데, 진심을 담아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수비가 확 늘더라. 양만 많은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덕적고 선수들도 코치님을 믿고 따른다면, 프로에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덕적고 정재준 코치. ⓒ정재준 코치 제공
▲덕적고 정재준 코치. ⓒ정재준 코치 제공

한편 2021년 창단된 덕적고는 올해 두 차례 전국무대에 섰다. 5월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16강 진출 쾌거를 달성했다. 8월에 개최된 제50회 봉황대기에서는 인천고에 패해 2회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입을 모은다. 정 코치 역시 “아이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꼭 프로에 입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