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다이노스 박건우 ⓒ NC 다이노스
▲ NC 다이노스 박건우 ⓒ NC 다이노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나와 인연이 아닌가 보죠."

2017년의 일이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2)는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은 0.366(483타수 177안타)로 KIA 김선빈(0.370)에 이은 2위였고, 생애 첫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했을 때부터 꿈꿨던 골든글러브가 품에 거의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박건우는 웃지 못했다. 그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KIA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롯데 손아섭(현 NC)의 몫이었다. 박건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 큰 자리(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갈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덤덤해 하면서도 "나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5년이 흐른 지금. 박건우는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와 6년 100억원에 FA 계약하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통산 타율이 0.328(3498타수 1146안타)에 이를 정도로 빼어난 안타 생산 능력과 중견수와 우익수 어디에 둬도 손색없는 수비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건우는 FA 계약 첫해부터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할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98경기에서 타율 0.342(368타수 126안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6월 허벅지 부상으로 40일 넘게 이탈하는 바람에 주춤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뒤로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 호세 피렐라(0.340), 키움 이정후(0.340)와 타격왕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박건우는 규정 타석을 채우기 전에 타격왕 경쟁 이야기가 나오자 "타격왕은 솔직히 내가 풀시즌 130경기 이상 뛰었을 때 받았으면 싶다. 물론 받으면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40일 넘게 (부상으로) 빠져 있었는데, (이)정후나 피렐라처럼 고생한 선수들이 빛을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따라오는 기록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타격왕은 골든글러브 보증 수표이기도 하다. 최근 5년 동안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타격왕은 2018년 LG 김현수가 유일했다. 김현수는 그해 117경기에서 타율 0.362(453타수 164안타), 20홈런, 101타점으로 맹활약했는데, 팀 사정상 외야수와 1루수를 번갈아 나섰던 게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그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는 두산 김재환, 롯데 전준우, 넥센(현 키움) 이정후의 몫이었는데, 득표 3위 이정후(139표)와 4위 김현수(124표)는 15표 차에 불과했다. 김현수는 그해 가장 아깝게 탈락한 차점자였다.  

박건우는 이적 후 팀의 첫 가을야구를 이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NC는 23일 현재 59승68패3무로 6위다. 5위 KIA(63승69패1무)와는 1.5경기차로 남은 14경기에서 기적을 쓸 수 있는 거리까지는 좁혔다. 박건우는 팀의 5강 진출을 이끌며 생애 첫 타격왕과 골든글러브라는 겹경사까지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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