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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위-체코 17위, 韓 마운드의 현주소…"벽을 느꼈다"

작성일: 2023.03.14 09:43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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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전에 등판해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괴로워하는 이의리(KIA) ⓒ 연합뉴스
▲ 한일전에 등판해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괴로워하는 이의리(KIA)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솔직히 벽을 느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도쿄 대참사'를 경험한 당사자들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2승2패에 그쳐 B조 3위에 머물렀다. B조 1위는 우승 후보 일본(4승), 2위는 다크호스 호주(3승1패)였다. 한국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토너먼트 진출 티켓을 확보하지 못하고 2013, 2017년 대회에 이어 3연속 1라운드 탈락을 확정했다. 

B조는 사실 최약체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과 한국을 강국으로 분류하면서 호주는 다크호스, 체코와 중국은 약체로 바라봤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그랬다. 14일 현재를 기준으로 4패에 그친 B조 최하위 중국은 평균자책점 15.11에 그쳐 20위에 머물렀고, 4위 체코(1승3패)의 팀 평균자책점 7.94로 17위에 그쳤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 체코 다음으로 마운드가 약한 팀이었다는 사실이다. B조에 한정해서 아닌, 20개국을 통틀어서 그랬다. 한국은 팀 평균자책점 7.55로 16위에 머물렀다. 아직 조별리그 경기가 남은 조가 있어 순위 변동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어찌 보면 무시했다 체코 마운드와 별반 차이 없는 성적표를 남겼다. 좌완 에이스 후계자라 평가했던 구창모(NC)와 이의리(KIA)는 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고, 지난해 신인왕 정철원(두산), KBO리그에서 그래도 좋은 공을 던진다는 곽빈(두산) 정우영(LG) 소형준(kt) 등도 100%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야구 변방국들의 성장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최강국 일본의 성장이었다. 일본은 4경기 평균자책점 1.50으로 20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유일한 팀 평균자책점 3점대 미만 팀이다. 

일본에는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라는 괴물이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시속 160㎞짜리 강속구를 던지면서 타석에서는 홈런을 쳤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와 같은 베테랑 메이저리거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일본 자국리그(NPB) 투수들의 탄탄한 실력이었다. 22살 영건 사사키 로키(지바롯데)는 시속 164㎞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고, 2년 연속 NPB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는 변형 패스트볼의 구속도 155㎞를 넘겼다.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시속 150㎞ 이상을 던져 160㎞ 정도는 넘겨야 '강속구'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었다.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은 일본 투수들이 전통적으로 자랑해온 강점이었다. 

한국이 2009년 WBC 결승 무대에서 맞붙었던 일본과 지금의 일본은 또 전혀 다른 팀이었다. 한국 투수들은 최선을 다해도 막을 수 없었던 일본 타선을 경험하고, 선수들이 봐도 차원이 달랐던 일본 마운드를 바라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 이번 대회에서 그래도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원태인(삼성)도 큰 충격을 받았다. ⓒ 연합뉴스
▲ 이번 대회에서 그래도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원태인(삼성)도 큰 충격을 받았다. ⓒ 연합뉴스

원태인(삼성)은 "솔직히 벽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큰 리그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3번 연속 탈락한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다. 인정하고, 정말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이번 대회에 와서 더 느꼈다. 지금 당장 한국에 가서 이때까지 했던 운동과 마인드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나만 바뀐다는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실력에서 밀린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다들 한국 가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옛날이야 호주 선수들을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퇴보하고 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들이 많이 발전하는 사이 우리는 유지밖에 못 한 것 같다. 다른 나라들이 많이 올라온 것을 느낀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직접 일본 투수들의 공을 경험한 타자들도 충격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타격 5관왕이자 KBO리그 MVP 이정후(키움)는 "(일본 투수들의 공은) 리그에서는 보지 못한 공이었다. 나를 비롯해서 많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리 기량은 세계 많은 야구 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빅리그에서 3시즌째를 맞이하는 김하성(샌디에이고)은 "프리미어12 때 호주 팀보다 이번에 만난 호주가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투수들은 워낙 좋은 공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투수들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다 변명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호주 선수들이 우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숙적'이라 부르던 일본은 사력을 다해도 넘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앞서가고 있고, 야구 변방국들이라 쉽게 생각했던 팀들도 이제는 한국을 쩔쩔매게 한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 충격을 발판 삼아 성장해서 다시 국제대회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가 쓴 약이 돼서 원태인과 같이 독기를 품게 된 한국 야구의 미래들이 다음에는 같은 치욕을 느끼지 않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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