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아쉽게 실패한 것에 도전하는 전직 KBO리그 투수… 특급 질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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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이 KBO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커맨드, 그리고 체인지업이라는 ‘필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구종으로 손꼽혔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사라지는 낙폭과 구속 변화가 일품이었다. 이 구종 가치는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3년 체인지업 가치는 무려 20.1이었다. 포심(5.7), 슬라이더(0.8), 커브(-5.9)보다 압도적으로 가치가 높았다. 이 구종 가치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체인지업 마스터’ 콜 해멀스(당시 필라델피아)의 28.6에 이어 2위였다. 펠렉스 에르난데스(시애틀), 제임스 쉴즈(캔자스시티),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등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는 메이저리그 대표 선수들보다 더 높았다.
류현진은 2014년 고속 슬라이더에 더 신경을 썼고, 이는 체인지업의 가치 절하와 궁극적으로는 어깨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버리고 커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다시 주무기로 체인지업을 꺼내 들었다. 2019년 류현진의 체인지업 비중은 전체 구사율의 27.2%까지 뛰었다. 구종 가치도 다시 올라왔다.
2019년 ‘팬그래프’가 집계한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22.2까지 회복됐다. 이는 루이스 카스티요(당시 신시내티), 마이크 마이너(당시 텍사스)에 이은 리그 3위였다.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2020년, 토론토로 이적한 이후에도 체인지업은 빛을 발했다. 7.0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로 잭 데이비스(11.0), 마에다 겐타(7.8)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세 번이나 3위 내에 들고도 ‘1등’을 하지 못했다는 건 아쉬움이 남았다. 공식적으로 수상이 주어지는 영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 이왕이면…”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아쉬움을 또 하나의 전직 KBO리거가 풀어낼지도 모른다. 올해 애리조나의 2선발로 맹활약하고 있는 메릴 켈리(35)의 체인지업이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켈리의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체인지업 구종 가치를 보유 중이다. 22일(한국시간) 현재 켈리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8.1이다. 2위 파블로 로페스(미네소타‧5.9), 3위 로건 웹(샌프란시스코‧5.7)을 큰 차이로 앞선 리그 1위다. 현재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리그 ‘체인지업 장인’의 비공식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를 추세다.
켈리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잘 던졌다. KBO리그에서도 체인지업은 주무기 중 하나였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움직임이 일품이었다. 기본적으로 느리지 않은 포심에 좌타자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고, KBO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연마한 커터까지 추가되면서 타자들로서는 체인지업을 분간하기 더 어려워졌다.
켈리는 올해 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26%에 불과하다. 커터(17.9%), 싱커(11.1%) 등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기 때문이다. 포심 다음으로 많이 던지는 공이 체인지업(24.4%)이다. 좌타자 뿐만 아니라 우타자를 상대로도 16.4%를 구사하고 있다. 체인지업이 잘 먹히자 구사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 2019년은 13.4%, 2020년은 15.4%, 2021년은 17.4%, 지난해 21.9%를 거쳐 올해는 25%에 육박하고 있다.
켈리의 체인지업은 KBO리그에서 던질 때보다 더 빨라졌다. 올해 평균 구속이 88.7마일(142.7㎞)에 이를 정도다. 사실상 다른 체인지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체인지업의 헛스윙 비율은 34.9%로 뛰어난 편이고, 21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피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실투가 들어가지 않는 이상 장타를 치기가 쉽지 않은 움직임이다.
켈리의 체인지업이 빛을 발하는 건 조금 더 빠르지만 비슷한 움직임을 가진 싱커가 있기 때문이다.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꺾이면서 아래로 감긴다. 싱커와 체인지업의 궤적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두 구종의 피치 디자인이 괜찮다. 이는 올 시즌 켈리의 호성적(5승3패 평균자책점 2.98)을 이끌어내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계속 진화하는 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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