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1등만큼 빛난 2등…나아름의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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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아시안게임 시상대는 재능과 땀, 운의 결집체다.
나라별 최고 재능이 1∼2년 전부터 맹훈련에 돌입한다. 몸 상태를 최상으로 조율한다. 결전을 앞두고는 불의(不意)와도 싸운다. 부상과 질병을 경계한다. 개막 전부터 난전이다.
나아름(33)의 은빛 투혼이 빛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굵직한 대회마다 크고 작은 곡절을 겪어 온 그는 그때마다 보란 듯 일어섰다. 항저우서도 그랬다. 무릎 부상을 딛고 투혼의 은메달을 손에 쥐었다.
나아름은 4일 중국 저장성 춘안 제서우 스포츠센터 도로 코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33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3시간36분07초. 금메달과 백지장 하나 차였다. 양첸위(홍콩)와 초 단위까지 기록이 같지만 양첸위가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먼저 밟았다.
지난달 28일에는 대회 트랙 사이클 여자 매디슨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주미(34)와 손발을 맞춰 7개 팀 중 3위에 올랐다.
전남 나주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아름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페달을 밟았다. 떡잎부터 달랐다. 고등학교 때 이미 남자 선수를 뛰어넘는 근력을 자랑했다.
하늘이 내린 재능인데 별명은 오뚝이다. 그만큼 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꺾인 적이 없다. 이내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나아름은 여자 20㎞ 포인트레이스에 출전했다. 2위로 달리던 중 낙차 사고가 났다. 앞서 달리던 홍콩 선수가 넘어졌다. 피할 틈이 없었다. 자전거 바퀴끼리 부딪혀 나아름은 트랙에 굴러 떨어졌다.
뒤에서 달려오던 중국 선수 앞바퀴에 등까지 밟혔다. 나뒹굴었다. 잠시 정신을 잃을 만큼 충격이 컸다. 회복했지만 그 사이 경쟁자는 4바퀴를 돌아 치고 나갔다. 결국 완주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던 메달을 놓친 나아름은 펑펑 울었다.
아픔을 이겨냈다. 이듬해 국제사이클연맹(UCI) 제1차 트랙월드컵에서 시상대 맨 위 칸에 섰다. 한국 사상 최초의 여자 포인트레이스 금메달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은 백미였다. 그야말로 오뚝이였다. 개인도로에서 세 번이나 넘어졌다. 그러고도 완주했다. 1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또 이겨냈다. 6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이클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개인도로에서 아시아 일인자로 우뚝 섰다.
과정이 녹록진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5개월 앞두고 왼쪽 넷째 발가락이 부러졌다. 이를 앙다물었다. 헬스장에서 홀로 몸을 만들었다. 기어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자카르타에서도 난항은 이어졌다. 개인도로 경기 하루 전에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훈련 도중 인터벌을 하다 코너에서 돌을 밟고 미끄러졌다. 선수도, 코치도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아름의 몸과 자전거는 모두 무사했다. 타박상에 그쳤다. 그리고 개인도로와 도로 독주, 매디슨, 팀 추발을 싹쓸이했다. 대회 4관왕 위업. 자카르타에서 그보다 많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는 없었다.
나아름은 항저우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게임 13년 여정을 마감했다.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총 9개의 메달 획득(금 5·은 2·동 2). 은메달과 동메달로 '라스트 댄스'까지 완성한 오뚝이 레이서가 아름다운 퇴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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