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1번타자, 이정후 아니면 놀랄 일"…'이치로와 함께한' SF 멜빈 감독, 이정후 성공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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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개막전 1번타자가 이정후가 아니라면 놀랄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 감독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이정후로 시작한다. 멜빈 감독은 상대 선발투수가 왼손투수라도 개의치 않고 주전 1번타자로 이정후를 '박아둘' 계획이다. 이정후 영입 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밝힌 구상이 스프링캠프 첫날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15일(한국시간)부터 투수와 포수조의 공식 훈련을 시작했다. 야수조 공식 합류일은 20일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이정후는 이미 스코츠데일 캠프에서 훈련하며 팀 적응을 시작했다. 멜빈 감독은 이런 이정후의 적극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 보도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이미 다른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다. 보통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정후는 쉽게 말문을 트는 성격을 가졌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를 시작으로 20년 넘는 사령탑 커리어를 지닌 베테랑 멜빈 감독은 다른 아시아 출신 선수와 비교하면 이정후는 특별하게 느껴질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 주변에는 많은 기대가 있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우리도 받아들인다. 나도 많은 일본 선수들을 만났고, 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는 김하성을 만났다. 이정후가 얼마나 빨리 적응했고, 얼마나 편하게 지내는지 보면 놀랍다"고 했다.
멜빈 감독이 처음 사령탑을 맡았을 때 시애틀에는 일본인 슈퍼스타 이치로 스즈키가 있었다. 마무리 투수는 하세가와 시게토시와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였다. 또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을 1번타자로 낙점해 중용하기도 했다. 한일 선수들의 성공사례를 직접 목격한 멜빈 감독은 이정후 역시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뛰어난 KBO리그 커리어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하고 물러났던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를 감안하면 이정후는 자신의 기량을 활짝 펼 수 있는 환경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와 화상미팅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정후는 출국 인터뷰에서 "일주일 전에 화상 인터뷰를 했다. 멜빈 감독과 타격 코치와 미팅을 했는데, 내가 적응하는 데 모든 걸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편하게 하라고 했다. 한국에서 보여줬던 성적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줄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필요한 게 있거나, 구단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모두 요청하라고 했다.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입단 기자회견에서부터 영어로 농담을 던지는 이정후의 성격이 더해져 빠른 선수단 적응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정후의 환경 적응력은 미국 매체 시선에서도 긍정적으로, 또 신기하게 보였다.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는 "이정후는 이날 오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의 경사로를 올라가는 순간 자신이 카메라와 마이크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캠프에는 이정후를 보기 위해 모인 15명의 취재진이 있었고, 이정후는 약 20분 동안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긴 대답을 이어갔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캠프 첫날부터 새로운 스타가 왔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이번 오프시즌 가장 큰 영입인 이정후는 이미 한국에서도 인기스타였다. 최근 그와 만난 구단 관계자, 선수, 코칭스태프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그런 존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에 적응했으면 야구에도 적응해야 한다. 이쪽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 1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선수다. 그러면서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한 타석도 서지 않은 신인이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동안 KBO리그 884경기에서 기록한 타율 0.340과 1181안타 기록은 그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자칫 거액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
MLB.com은 15일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을 짚으면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적응을 언급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2월 15일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시즌 뛰면서 눈에 띄는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을 기록했다"며 "스프링캠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더 빠른 구속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가진 탁월한 '배트 투 볼 스킬(방망이에 맞히는 재주)'이 메이저리그에서 생산적인 타자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더불어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던 (이정후의)전 키움 히어로즈 동료 김하성이 누린 성공을 이정후도 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NBC스포츠 등 다른 매체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타력이 아닌 정확성을 무기로 하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적응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빅리그 적응을 확신하고 있다. 오프시즌 출연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정후의 1번타자 중견수 기용 방침을 밝혔던 그는 여전히 같은 구상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인터뷰에서는 "이정후가 개막전 1번타자가 아니면 놀랄 일"이라며 확신을 담았다. 플래툰 기용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상대 선발이 왼손투수거나 오른손투수거나 상관하지 않고 1번타자로 이정후를 적고 다음 타순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서울에서 먼저 개막 시리즈를 치르고 미국 본토로 돌아올 샌디에이고와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샌프란시스코 1번타자 이정후는 내야수 김하성이 서 있는 그라운드에 타구를 날려야 한다. 이정후 또한 이 사실을 흥미롭게 생각했다.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는 "이정후는 그와 절친한 사이이자,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준 김하성과 개막전에서 만난다"고 썼다.
또 멜빈 감독과 김하성의 인연이 이정후의 미국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정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김)하성이 형이 멜빈 감독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줘서 적응하기 편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시범경기에 많이 출전하는 것이 스프링캠프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멜빈 감독도 이번 시범경기에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 상대 투수들의 공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이정후를 적극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이후 26일 텍사스 레인저스, 27일 LA 에인절스, 28일 시애틀 매리너스,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까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팀과 4일 연속 만난다.
다음달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을 상대한다. 3일과 8일에는 샌디에이고, 5일에는 콜로라도 로키스, 7일과 12일에는 다저스와 시범경기가 예정돼 있다.
직접 상대해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이정후는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김하성에게 들은 조언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말로 "평생 한 번도 못 봤던 공들을 보게 된다"를 꼽았다. 당시 이정후는 "(김하성이)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거라 하더라. 메이저리그에서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투수의 공은 이렇고, 또 다른 투수의 공은 어떻다는 말은 안했다. 나도 빨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을 느껴보고 싶다. 처음 보는 공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 출국도 서둘렀다. 이정후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이 제약되어 있다. 야외에서 해야 하는 훈련만 남았다. 미국으로 간다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샌프란시스코 팀원들도 못 봤다. 팀 훈련 시설도 잘 모른다. 먼저 가서 경험해보고, 동선도 빨리 익히고 싶은 마음에 빨리 출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KBO리그에서는 시범경기가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생존을 위해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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